[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저축성보험 위주로 보험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KB생명이 내년에는 푸르덴셜생명과 합병으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장성보험이 강점인 푸르덴셜과 포트폴리오를 종합하면 균형 있는 상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부진한 수익성 역시 합병과 새 회계기준 영향으로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생명은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 기준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어섰고 금액도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2019년 5705억원이었던 저축성보험의 보험료 수익은 2020년 1조469억원으로 83.5%(4764억원) 증가했고, 2021년에는 1조2514억원으로 19.5%(204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저축성보험 비중은 40.4%에서 54.2%로 올랐다가 다시 57.2%로 상승했다.
(사진=금융통계정보시스템)
본래 KB생명은 저축성보험이 포트폴리오 구성의 핵심이었는데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문제로 규모와 비중을 줄여왔다. 2015년 1조2381억원 수준이었던 저축성보험 수익은 2016년 1조19억원, 2017년 7334억원, 2018년 5909억원까지 감소했다.
특히 2018년에는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부문 수입보험료가 5804억원을 기록해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33.3%를 차지, 저축성보험 비중(33.9%)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19년 2299억원으로 60.4%(3505억원) 떨어졌다가 2020년 2153억원으로 소폭 감소했고 2021년에는 180억원으로 대폭 하락하면서 비중이 1% 미만으로 내려갔다. 퇴직연금 부진으로 2019년 수입보험료(1조4120억원)가 18.9% 하락하자 회사는 저축성보험을 다시 강화하면서 보험료 수익 하락을 방어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K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퇴직연금 물량을 전략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퇴직연금을 유지만 하고 있고 만기가 되면 돌려주는 과정이다”라면서 “저축성보험 증가는 회사 메인 채널이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상품 판매)와 GA인데, 방카는 국민은행에서 판매가 되고 있고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 70~80% 이상이 저축성이다 보니 해당 부문이 전체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의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생명보험 업계서는 저축성보험 규모와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저축성보험은 납입한 보험료보다 만기에 지급하는 보험금 합계액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인데,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IFRS17)에서는 대다수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KB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중은 다른 보험사들과 비교해도 과중한 상태다. 보험료수입에서 저축성보험 비율이 과반을 넘는 곳은 지난해 기준 KB생명과 NH농협생명(59.4%)뿐인 것으로 확인된다.
KB생명은 현재 저축성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지만 내년 1월 푸르덴셜생명과 합병법인을 출범하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푸르덴셜생명이 GA 채널 중심으로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달러보험 등을 전개함에 따라 양사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의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면 작년 기준 △보장성보험 49.1% △저축성보험 9.5% △변액보험 31.7% △퇴직연금 9.7% 등으로 집계된다.
두 보험사의 포트폴리오를 지난해 보험료수입 기준으로 단순 합산 계산했을 경우에는 △보장성보험 38.3% △저축성보험 32.7% △변액보험 23.6% △퇴직연금 5.4% 등으로 나타나 균형 있는 상품 구성을 갖게 된다.
K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은 채널별로 다른 모양인데 일단 푸르덴셜은 현재 방카슈랑스가 없다"라면서 "합쳐지게 되면 KB생명 채널이 그대로 이전돼서 방카슈랑스가 유지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GA 채널의 경우에도 상품의 색깔이 많이 다르다"면서 "KB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었고, 푸르덴셜은 변액보험이나 달러보험 부문을 메인으로 지니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합병 후 포트폴리오 전망에 대해서는 “KB생명 입장에서는 LP(전속설계사) 채널이 부족했는데 푸르덴셜은 LP를 통한 판매로 보장성이 늘어나고 있고, 푸르덴셜 입장에서는 방카슈랑스가 없었다가 생기게 됐다”라면서 “퍼즐에서 서로 없었던 부분을 보완해 주는 완충 작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통합 보험사가 출범하면 포트폴리오가 다양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기준 푸르덴셜생명은 당기순이익 2250억원을 기록했지만 KB생명은 2년 연속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KB생명은 당기순익이 –466억원으로 2020년 –232억원에서 손실 폭이 커졌다.
KB생명은 저축성보험에서도 금리연동형 비중이 높아 이익 근원이 이자율차이익으로 제한되면서 업계 대비 낮은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보장성보험을 확대함에 따라 해당 부문의 사업비 부담이 손익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신용평가 업계서는 KB생명의 이러한 적자가 의도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B생명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과다하게 지출하면서 신계약을 많이 체결하려고 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신계약비가 늘어나면 현행 회계 체제에서는 당기 비용으로 인식되는 비중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푸르덴셜은 안정적인 전략으로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합병 이후 적자 부분은 크게 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 “특히 내년 변경되는 새 회계 기준에서는 신계약비 지출이 과다하다고 할지라도 보험계약 만기에 걸쳐 인식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효과까지 같이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손익 수치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