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설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경영활동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서는 매각이 아닌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많은 대기업이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가 점점 높아지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김병훈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가(왼쪽부터)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035720)의 모빌리티 부문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7일
LG전자(066570)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공동 개발·모빌리티 생태계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협약을 통해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 모델 발굴 △‘차량 내 이용자 경험(In-Car UX)’ 실증 환경 구축 통한 모빌리티 서비스 검증·고객 경험 발굴 △보행자 안전을 위한 ‘Soft V2X(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기술 활성화 △모빌리티와 가전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한 서비스 발굴 △스타트업 발굴·육성 통한 모빌리티 생태계 확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LG전자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번 MOU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이 불거진 시점에서 체결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권을 두고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초기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 대상은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 중 40%,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파트너스·오릭스, TPG)이 가진 지분 29%, 칼라일 지분 6.2% 등이다. 매각 규모는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초기 투자자 TPG와의 계약이다. TPG는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했는데, 이에 대한 지분 회수 시점이 올해여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주식시장이 침체해 IPO가 어려워졌다는 점,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 등이 매각 고려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LG와의 협약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성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돼, 매각을 논의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경영권을 넘기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LG전자와의 협약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더욱 높였다”라며 “MBK 입장에서는 높아진 인수 금액이, 카카오 입장에서는 더욱 커진 미래 가치가 지분 거래를 재고(再顧)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업무협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순한 제휴에 그칠 계약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양사는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계된 차량에 LG전자의 차량용 HMI(Human Machine Interface)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HMI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기기·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사람의 시각·청각·목소리 등과 디지털 프로그램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 해당 솔루션 적용 이후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것이 양사의 계획이다.
LG전자와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봇 물류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협력도 진행할 예정인데, 그 시작으로 올해 안에 실내·외 로봇 배송 서비스에 대한 사업화 검증(PoC)을 실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그룹은 현재 디지털 전환·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물류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도 배송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퀵 서비스·도보 배달에 더해 한진택배와 협업한 배송 서비스까지 보유하고 있어 LG전자와의 시너지가 더욱 기대된다는 평가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킥보드·자전거 등 소형 교통수단부터 항공기까지 연결하는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목표로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라며 “볼로콥터와 도심항공교통(UAM) 분야까지 협업하고 있어 국내 대표 교통 플랫폼으로서의 상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관련 업계와의 갈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등을 통해 확보한 상징성을 고려하면 매각하기에는 아까운 카드라는 의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타이드스퀘어와 손잡고 ‘카카오T 항공 국제선’ 서비스를 선보였다. ‘카카오T 항공 국제선’ 서비스는 항공권 검색·예약·발권뿐 아니라, 출발지에서 국내 공항까지 이동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연계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올해 안에 공항 내 주차 서비스 연동까지 재개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실적 추이. (자료=딥서치)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매각보다는 IPO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기준 전년도보다 95% 이상 증가한 5464억6400만원의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도 약 130억원 적자에서 125억6600만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당기순이익도 376억1300만원 손실에서 275억3300만원으로 늘어났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중 유일하게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모두 이룬 기업”이라며 “앞으로 이용자 맞춤형 광고 확대와 배송 중개 서비스 확대로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과 자율주행 택시 플랫폼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5일 “카카오모빌리티 광고 마케팅 웨비나”를 개최하고 모빌리티 플랫폼 기반의 멀티미디어·광고 생태계 구축 비전을 공개했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오 연구원이 언급한 ‘이용자 맞춤형 광고 서비스’는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정보+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보다 강화한 ‘블루 RSE(Rear Seat Entertainment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와 디지털 옥외 광고로 나눌 수 있다. 블루 RSE는 카카오T 블루 승객에게 목적지까지의 실시간 운행 경로와 광고·웹드라마·애니메이션·뉴스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해당 서비스를 위해 △
LG유플러스(032640) △씨네21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틱톡 등과 손을 잡았다. 디지털 옥외 광고의 경우
KT(030200) is와 협력해 고도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해당 광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수수료 수익 등을 통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점점 거세지는 노조의 반대도 매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크루유니언은 입장문을 통해 매각 반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던 경영진들이 그와 가장 거리가 먼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려 한다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매각이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플랫폼이 될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20일 오후 기준 카카오 지회 크루유니언에 가입한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수는 400여명이다. 총 700여명인 카카오모빌리티 전체 임직원 중 50% 이상이 가입하면서,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사측과 단체교섭을 체결할 수 있는 자격을 갖게 됐다. 올해 1월만 해도 35명에 불과했던 노조원 수는 지난 15일 140명까지 늘었고, 17일에는 35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노조 측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국민들, 플랫폼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플랫폼 노동자들, 카카오의 가치를 믿고 투자한 소액 투자자들,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 모두와 연대해 매각을 반대하는 행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반대 의지를 명확히 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카카오 입장에서도 TPG 등 사모펀드에 상황을 설명하고 새롭게 교섭할 명분이 생겼다”라며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매각하기보다는 추가 자금조달이나 IPO 등을 통해 상황을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설령 매각을 한다고 해도, 올 초 카카오모빌리티 산하 직영택시업체들을 매각하려고 했던 것처럼 분리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