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인수합병(M&A) 의사를 천명한
우리금융지주(316140)가 은행에 치우친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다소 지지부진한 상태다. 보험사나 증권사 관련 적당한 매물이 없어 애를 먹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벤처투자(VC)업에서도 또다시 우리금융만 소외되는 모습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비(非)은행이 실적 경쟁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위 탈환을 위한 비은행 계열사 퍼즐 완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방금융인 JB금융지주가 메가스터디가 보유한 벤처투자사 ‘메가인베스트먼트’ 인수하면서 벤처캐피탈(VC)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 = 우리금융그룹 제공)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은 7조6802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7년 약 2조4000억원에서 4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금융사 입장에서 보면 스타트업에 투자 후 엑시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다, 피투자기업 업종에 따라 사업적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통한다. 이미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일찌감치 VC 사업을 확대한 신한금융지주(신한벤처투자)는 지난해 159억원 순이익을 올렸고, KB인베스트먼트의 경우에는 무려 553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 같은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만 나 홀로 소외감을 맛봤다. 현재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8대(KB, 하나, 한국, 신한, BNK, DGB, JB, NH농협) 금융지주 모두가 VC를 영위하는 반면 우리금융은 은행차원에서 벤처캐피탈 투자펀드를 자체 조성해 운영하는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행보는 아직 없어서다. 우리금융보다 월등히 규모가 작은 DGB금융(하이투자파트너스)이나 BNK금융(BNK벤처투자) 등 지방금융사조차도 VC를 확장하는 것과 비교해도 짙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는 KB·하나·신한과 함께 명실상부 국내 4대 금융지주로 꼽힌다. 지난 1분기 순이익 규모를 살펴보면 KB금융이 1조4531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신한금융은 1조4004억원, 하나금융 9022억원, 우리금융은 8842억원을 기록하며 차례로 순위에 올랐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나머지 3대 금융지주의 차이를 가르는 요인이 ‘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경쟁력에 있다고 본다.
올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 순영업수익은 2조3712억원으로 이중 은행 부문 수익을 제외한 비이자이익은 3835억원에 그쳤다. 사업 부문별로 봐도 1분기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80.08%로 카드 9.52%, 캐피탈(5.47%)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은행 경쟁력 측면에서 무엇보다 ‘증권사’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9대 금융지주 중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은 지주는 우리금융과 JB금융 단 2곳이다. 상위 4대 지주 기준에서는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코로나19와 맞물려 개인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지주사 내 증권사의 기여도가 두 자릿수 퍼센트를 훌쩍 넘겼지만, 우리금융은 이를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증권사와 보험사 부재로 자산운용사의 경쟁력도 미미하다. 통상 자산운용사는 보험사 자금을 일임하는 등의 형태로 몸집을 불려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자산운용의 영업수익은 260억원, 순이익은 83억원에 그쳤다.
우리금융이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우리종금이 증권업 라이선스를 획득해 증권사로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유일의 전업종합금융사다. 수신과 여신뿐만 아니라 증권사처럼 금융투자상품 판매, PF 등 다양한 업무를 전개한다.
문제는 완전히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기에는 산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1분기 별도 기준 우리종합금융은 영업수익으로 979억원을 올렸는데,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은 216억으로 전체 수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IB부문 전체 매출도 4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초기 브로커리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적 투자가 절대적인 데다, 기업금융(IB) 경쟁력 확대를 위한 저변도 부족해 정착까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 꼽히는 방법은 인수합병(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벌크업)다. 과거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각각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을 품고 초대형IB로 성장한 선례가 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그룹은 비금융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성욱 우리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인수합병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성욱 부사장은 “증권사가 그룹의 시너지가 가장 크다"라며 "증권사 다음에 벤처캐피탈 인수를 우선순위에 놓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VC도 자본 비율 역량이 좋고 전체적으로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