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적자' 티움바이오, 2년간 스톡옵션에 578억 썼다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스톡옵션 155만7500주 발행
지난해 영업수익 0원…영업손실 151.3% 적자폭 확대
"올해 안 기술이전 성과 있을 것…TU2670될 확률 높아"
공개 2022-06-15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6월 13일 19: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업체 티움바이오(321550)가 임직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임상이 진행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의 기술이전(L/O) 성과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임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회사 영업실적은 기술이전에 따른 매출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적자 폭만 늘고 있어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투자자들의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티움바이오의 핵심 후보물질 TU2670의 작용기전. (사진=티움바이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티움바이오는 2020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6회에 걸쳐 스톡옵션 155만7500주를 발행했다. 행사가격은 9944원부터 2만2410원까지 다양하지만 발행 물량 대부분은 9944원, 1만6800원에 몰려 있다. 이 기간 전체 물량을 각 행사가격으로 환산하면 577억9732만원이다.
 
2020년 3월 발행했던 40만8000주의 경우 올해 3월부터 행사할 수 있게 됐으며, 나머지 물량은 오는 8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이후 순차적으로 행사가 가능해진다. 스톡옵션이 모두 행사된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2% 정도로 물량 자체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스톡옵션은 회사의 주식을 임직원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회사는 임직원과 연구위원 등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다. 다만 바이오벤처의 경우 회사의 영업실적과는 상관없이 스톡옵션이 임직원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임직원이 회사가 상장하기 전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티움바이오의 실적은 악화된 상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2019년 11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0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0억원에서 201억원으로 151.3%, 당기순손실은 71억원에서 316억원으로 345.1% 적자폭이 확대됐다. 이로 인해 누적된 결손금은 올해 1분기 기준 총 734억원이다.
 
R&D 비용 증가가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해 회사가 R&D에 투자한 금액은 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6% 증가했다. 2년 전(64억원)과 비교해선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티움바이오는 스톡옵션 부여가 동기부여를 통해 높은 경영성과를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020년부터 기술이전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던 만큼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티움바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규 파이프라인 등에 대한 어떠한 성과를 내게 되면 외부 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임직원들에게 제시해온 스톡옵션이 행사가능시기가 된 만큼 차익 실현시 주주들로 하여금 비난을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 미실현 기업인 티움바이오가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기위한 R&D결과물이 필요한 이유다.
 
티움바이오는 면역항암제 ‘TU2218’, 자궁내막증 ‘TU2670’, NASH 치료제 ‘TU5113’, 혈우병 우회인자 ‘TU7710’, B형 혈우병 ‘TU7918’ 등 5개의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TU2670의 경우 유럽에서 임상2a상이 진행 중으로 환자 80명 중 50명 모집했다. 내년 초에는 환자 모집이 끝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하반기 최종 결과 발표가 전망된다.
 
티움바이오 파이프라인 현황. (사진=티움바이오)
 
국내에서도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2019년 대원제약(003220)에 40억원 규모로 이전한 바 있다. 계약금은 10억원이며, 마일스톤은 30억원, 로열티는 별도다. 대원제약은 TU2670을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2상을 허가받았다.
 
면역항암제와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TU2218’에 대한 임상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과 한국에서 면역항암제로 임상1/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권리는 2018년 말 전임상 단계에서 이탈리아 글로벌 제약사 키에지(Chiesi Farmaceutici) 그룹에 기술수출했다.
 
티움바이오 입장에선 빠른 시일 안에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특히 회사는 상장 당시 올해 221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증권신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업계는 올해 안에 기술이전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TU2670은 경구용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길항제(GnRH Antagonist)로, 같은 경구용 GnRH 길항제 계열 약물들이 대부분 임상2상에서 기술이전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중 성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TU2670은) 2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해 지역별 기술이전이 기대된다”라며 “지역별 판권 기술 이전돼 계약금 유입된다면 규모에 따라 현금 유입 증가가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도 올해 기술이전 성과를 발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또 올해 기술이전 계약 1건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라며 “아직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만약 기술이전 발표가 나온다면 자궁내막증 치료제인 TU2670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원제약과 체결했던 기술이전 계약은 국내 판권에 한정돼있는 것이었지만, 이번엔 임상도 훨씬 진척된 데다가 해외 쪽으로 기술이전할 경우 대상 지역이 더욱 넓어지기 때문에 그에 비례하게 계약금과 마일스톤 수취액도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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