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유동성 바탕으로 투자…3년간 유형자산 취득만 1000억여원카나브 패밀리 대한 매출의존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LBA 전략 통해 제품 확보하고 고혈압·CNS 라인 강화할 것"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보령(003850)이 카나브 특허 만료라는 리스크를 상쇄할 대체품 마련에 분주하다. 보령은 최근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상품 도입과 LBA(충성도가 높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 도입)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움직임이다. 다만 제약업계 내 자체개발 신약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가운데 카나브 패밀리 의존도를 낮출 방안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의 1분기 카나브 패밀리 매출액은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271억원) 대비 19.8% 증가했다. 카나브 패밀리의 매출 증가는 전반적인 영업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이 기간 제품 매출액은 1073억원으로 20.4% 늘었으며,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786억원, 325억원으로 25.6%, 19.8%씩 증가했다. 이는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카나브 패밀리는 ARB(안지오텐신II 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고혈압 단일제인 ‘카나브(피마르사르탄)’를 비롯해 이를 바탕으로 개발한 ‘듀카브(카나브+암로디핀)’, ‘투베로(카나브+로수바스타틴)’, ‘듀카로(듀카브+로수바스타틴)’, ‘아카브(카나브+아토르바스타틴)’ 등 복합제 4종을 일컫는다. 이들 제품은 2011년 카나브가 처음 출시된 이후 10년 만에 국내 매출 1100억원을 돌파, 보령의 효자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카나브 패밀리의 성장세는 보령의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업활동현금창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뿐 아니라, 이를 원동력 삼아 연간 수백억원대의 투자를 가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이 왕성한 투자활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보령은 최근 3년간 유형자산 취득에만 100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470억원, 2020년 449억원, 2021년 715억원으로 올해 1분기 24억원까지 더하면 총 1685억원이다.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대규모 유형자산 투자를 진행한 결과, 회사의 유형자산 취득은 2019년 670억원, 2020년 183억원, 2021년 161억원, 올해 1분기 57억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성장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나브 패밀리라는 효자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진 외형 성장인 만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카나브 패밀리는 내년부터 단일제와 복합제에 대한 특허가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40여개의 제약사가 1100억원대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보령 입장에서는 특허만료 이후 이어질 제네릭 난립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카나브 패밀리의 특허 목록을 살펴보면 먼저 물질특허가 2023년 2월1일 만료된다. 이는 단일제인 카나브뿐만 아니라 복합제 4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허다. 해당 특허 외에도 듀카브, 투베로, 듀카로에 각각 적용되는 특허가 1개씩 있지만, 물질특허만 존재하는 카나브와 아카브만 해도 매출액 합계가 500억원이 넘는다. 카나브 패밀리 매출액의 절반에 달하는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카나브 제네릭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 제약사가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국내 제약사들의 카나브 패밀리 제네릭 출시 준비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알리코제약(260660)과
테라젠이텍스(066700)는 자사의 제품을 카나브와 비교하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마쳤다. 또 2031년 8월 만료 예정인 듀카브의 특허에 대한 제네릭사들의 도전도 현재진행형이다. 물질특허만료에 맞춰 카나브와 듀카브를 동시에 출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까지 총 39개의 제약사가 듀카브의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청구했으며, 28개의 제약사가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카나브 패밀리에 대한 보령의 매출의존도는 꾸준히 증가 추세였다. 카나브 패밀리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년 만에 10%p 가까이 증가했다. 이들 제품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386억원(9.1%)에서 2018년 575억원(12.5%)으로 늘었고, 2019년 717억원(13.7%), 2020년 886억원(15.8%), 2021년 1126억원(17.9%) 등으로 매출액만 증가했을 뿐 아니라 비중 또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 그만큼 큰 하락폭을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나브 패밀리 외의 캐시카우 확보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보령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품목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 도입과 함께 LBA 전략까지 활용하고 있다. 2019년 미국 일라이릴리로부터 고형암 치료제 ‘젬자’의 국내 판권을 인수한 데 이어 작년에는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의 판권을 확보했다. 같은 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온베브지주(아바스틴)’, ‘삼페넷(허셉틴)’을 도입했다.
제조·허가를 받은 타사의 품목을 들여와 판매하는 '상품'과 달리 LBA는 판권을 인수해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으로 분류된다. 제품은 제약사가 직접 의약품을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해 판매하는 품목이다. 시간적 소요가 크고 실패 리스크가 뒤따르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 다른 방식으로 기초체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LBA 품목도 결국 자체 개발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인 만큼 브랜드 가치를 키워주는 부분에서는 한계가 존재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령의 경우 제품 매출 비중이 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편이라 당장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다”라면서도 “(LBA 품목과 상품 도입을 통한 매출이) 표면적인 실적 지표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순 있으나, 곧 뛰어들 카나브 제네릭사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보령의 브랜드 가치를 대변할 제품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뇨이상지질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치료제 등 많은 부분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자이프렉사 인수를 통해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사업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