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연구개발비로 107억원 투자하며 영업이익 적자코로나19로 뜬 자사주 팔아 차입금 해소…연구개발 통한 성장 '숙제'순현금 1년 만에 639억→300억원 '반 토막'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신풍제약(019170)이 상장 이후 첫 적자 성적표에도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 위기에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연구개발도 안정적인 수익성이 받쳐줘야 하지만, 약 300억원의 순현금을 감안하면 당분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풍제약 전경. (사진=신풍제약)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47억원으로 4% 늘었지만, 영업이익 저하에 따라 당기순이익은 –55억원을 기록했다.
신풍제약이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막대한 연구개발비 탓이다. 회사는 1분기 연구개발비로만 107억원을 썼다. 이는 매출액 대비 22.9% 해당하는 규모로 전년 동기보다 73.8% 증가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303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중 35%를 3개월 만에 지출한 셈이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연구개발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있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원료의약품 인플레이션 등 외부적 영향을 받기 쉬운 업계 특성상 연구개발 확대를 통한 신약개발 역량 강화는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대두되고 있다.
신풍제약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01억원이다. 여기에서 총차입금 2억4811만원을 뺀 순현금은 298억원 정도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훨씬 상회하며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차입금 2억4811만원 모두 비교적 상환 부담이 높은 단기차입금이지만 액수가 워낙 적어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부채비율도 11%에 불과하다. 1분기 신풍제약의 부채총계는 393억원으로 자본총계 3493억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한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산에서 부채가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업종별 차이는 있으나 통상 100% 이하를 표준비율로, 200% 이상을 재무안정성 위험 신호로 해석한다. 지난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50% 안팎으로 조사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풍제약의 재무안정성은 업계에서도 매우 양호한 편이다.
신풍제약이 처음부터 무차입 경영 상태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9년 말까지만 해도 회사의 순부채는 827억원에 달했다. 회사가 무차입 경영으로 돌입한 시점은 이듬해 9월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주식시장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당시 회사는 자사주 128만9550주를 매각하며 2154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챙겼다. 이날 회사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인 19만8000원으로 현재가(2만8250원)보다 601% 높았다. 회사는 자사주 매각 사유로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 자금 확보’를 들고, 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이 같은 점을 미뤄봤을 때 신풍제약은 앞으로도 연구개발 투자 확대 기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회사 입장에선 연구개발이 단순히 미래성장동력 발굴,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을 넘어 책임경영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시작하는 연구과제가 늘어난 만큼 향후 연구개발비는 증가할 가능성이 줄어들 가능성보다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라며 “하지만 신풍제약은 약 300억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재무위기가 닥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나갈 수 있느냐다. 분기 기준으로 봐도 신풍제약의 작년 1분기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올해보다 112.3% 많은 639억원이었다. 1년 만에 반토막난 것이다. 총차입금은 592만원으로 올해의 2.4%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으며, 현금성자산에서 깎을 차입금이 없어 순현금 또한 639억원이었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신풍제약의 순현금은 산술적으로 향후 3년 안에 바닥나게 된다.
신풍제약이 힘주고 있는 대표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다. 공시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올해 3월 영국에서 피라맥스에 대한 임상3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3월 칠레를 시작으로 4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5월 폴란드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총 14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기간은 올해 12월까지다.
골관절염 주사요법제 ‘SP5M001’는 LG생명과학의 ‘시노비안주’와 비교 평가하는 임상3상을 국내 12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5년 110억 달러(약 13조959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졸중 치료신약 ‘SP-8203’은 2상을 마무리하고 3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고혈압 3제 복합제 ‘칸데암로플러스’와 말라리아 치료신약 ‘SP1P002’은 2상 단계에 있다. 이외에도 골질환치료제, 항혈소판제, 심부전치료제, 심뇌혈관질환치료제 등 9개의 파이프라인이 1상이거나 최종후보물질 도출 또는 비임상 단계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피라맥스 임상시험이 3상 단계에 진입하면서 임상비용이 증가한 부분이 있다”라며 “연구개발비 증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신약으로 준비 중인 파이프라인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어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