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삼성카드(029780)가 경쟁사와 달리 최근 몇 년간 할부·리스 사업을 줄여온 가운데 지난해에는 해당 부문에서 순손실까지 기록하면서 우려를 사고 있다. 경쟁 카드사들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업황에 대응하고자 꾸준한 수익창출이 가능한 할부·리스 사업을 확대하는데 반해 삼성카드는 다른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올해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금리 상승 등으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방어할 만한 대응전략이 요구되고 있지만 마땅한 방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할부·리스 사업 취급액을 줄여왔다. 2020년 1조629억원에 달했던 취급액은 지난해 9063억원으로 14.7%(1566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할부금융은 5324억원으로 16%(1017억원), 리스는 2259억원으로 9.1%(227억원) 축소됐다. 같은 기간 할부·리스 사업의 자산(별도 기준 기중평잔)도 1조5227억원에서 1조2280억원으로 19.4%(2947억원) 줄었다.
할부금융은 고객이 자동차나 전자, 내구재 등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도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고, 리스·렌탈은 회사가 자동차 등을 구입해 이용자에게 대여하고 이용료를 받는 서비스다. 삼성카드의 경우 할부·리스 사업으로 △할부금융(자동차할부와 일반할부) △일반대출(오토론) △팩토링 △리스·렌탈(설비리스, 설비렌탈, 오토리스, 장기렌터카) 등을 전개 중이다.
삼성카드는 할부·리스 취급액이 줄면서 해당 부문의 영업실적도 계속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결 기준 할부금융 수익은 2019년 348억원에서 2020년 207억원, 2021년 142억원까지 급감했다. 리스 수익 역시 2019년 3300억원, 2020년 2789억원, 2021년 2597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할부·리스 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08%에서 7.64%로 3.44%p 내려갔다.
특히 지난해 할부·리스 사업은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수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영업비용은 더 큰 규모로 빠져나갔고 대손 비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할부·리스 사업 영업비용은 2854억원으로 영업수익(조정 전 기준 2833억원)보다 많다. 대손 전 영업이익에서 벌써 21억원이 넘는 손실을 본 셈이다.
적자 규모는 코로나 영향으로 대손상각비가 증가하면서 더욱 커졌다. 이는 회수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비용으로 처리한 금액이다. 대손상각비 규모는 49억원인데 여기에 전사간접경비까지 23억원 더해지면서 할부·리스 사업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9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9년에는 216억원, 2020년은 171억원으로 순이익을 냈는데 이제는 적자 신세에 놓인 것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할부·리스 금융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할부금융과 리스 부문 취급액을 2019년 2조7891억원에서 2020년 3조1229억원, 2021년 3조5061억원으로 계속 늘렸다. 같은 기간 잔액은 4조3911억원에서 5조3348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지난해 5652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우리카드는 할부금융과 리스 취급액이 2019년 5988억원이었는데 2020년 1조1096억원까지 늘었고 2021년에는 1조8839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진출한 하나카드는 취급액 4075억원을 달성하면서 사업 구성을 다양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카드 본사 (사진=삼성카드)
카드업계가 할부·리스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신용판매와 현금대출 등 카드 자산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변화하고 수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여신금융 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경쟁이 심화됐지만 할부금융 시장은 비교적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출 성향과 목적이 분명하고 구매단가가 높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카드 산업은 현재 가맹점 수수료가 낮아져 수익성 둔화가 예상되고, 인터넷은행과 P2P 대출 플랫폼 성장으로 신용대출 시장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수익 다변화와 그에 따른 실적 방어가 필수불가결하게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에도 할부금융과 리스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할부금융은 27억원으로 32.5%(13억원), 리스는 617억원으로 10.9%(75억원) 줄었다. 다만 영업비용이 수익보다 적게 나가고 일부 대손상각비가 환입되면서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5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스와 렌탈 과정에서 재렌탈을 할 때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순환이 늦었는데 요즘은 렌탈과 리스 반납하는 고객이 많아서 바로 처분을 할 수 있게 됐고 여기서 처분이익이 늘었다”라며 “시장 요인이 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할부·리스 사업 자산과 전략에 대해서는 “부채비율 같은 것들을 관리하면서 자산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할부·리스 부문에 대해 자산유동화 작업을 했었다”라면서 “자산만 보면 사업을 줄였다고 볼 수 있지만 자본 구조를 건전하게 운영하려고 현금으로 유동화를 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부·리스 사업도 견조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안정적으로 가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