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신한지주(055550)가 카디프손해보험 인수를 추진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 완성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국내 손해보험 시장에서 존재감이 낮은 데다 완전 디지털화를 통한 손보사 성공 사례가 없고, 올 하반기 금융권 메기로 불리는 카카오페이손보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어 시작부터 쉽지 않은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BNPP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 겸 사장 후보로 강병관 전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을 내정했다.
신한금융은 작년 11월 손해보험업 진출을 위한 카디프손보 인수를 발표한 후 현재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금융당국 인가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의 본인가는 내달 정도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이후 사명 변경 등의 공식 출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진=신한금융)
강병관 사장 후보 내정과 관련해 카디프손보를 기존 손보사와 차별화된 디지털 손보사로 발전시키기 위한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강병관 내정자는 1977년생으로 업계에서 최연소 CEO로 등용됐을 뿐만 아니라 대학 재학 중 ‘카페24’ 등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삼성화재(000810)에서는 삼성금융 계열사별 인오가닉(Inorganic) 전략 수립과 삼성금융네트워크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 실무를 담당했다.
카디프손보의 자회사 편입이 마무리되면 신한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그동안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문의 기여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올해 1분기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1조4004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105560)의 당기순이익은 1조45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 신한금융을 5000억원 차이로 앞서며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했다.
은행·비은행 당기순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KB금융은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9745억원으로 그룹 당기순익의 66.5%를 차지했다. 국민카드와 KB증권, KB손보 등 비은행의 비중은 33.5%에 그쳤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제주은행을 더한 은행 부문 당기순익이 8692억원으로 62.0%의 비중을 차지했다,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 신한라이프 등 비은행 비중은 38%로 KB금융과 비교해 비은행 부문의 존재감이 조금 더 컸다.
다만, 카디프손보가 신한금융 품에 안기더라도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카디프손보는 작년 말 기준 72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총자산 규모는 1373억원으로 국내 주요 18개 손해보험사 중 가장 작다.
신한금융은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손해보험사 라이선스 획득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국내 손보시장이 이미 포화한 상태에서 신규 법인을 설립해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회사 편입을 통한 손보사 라이선스 취득을 선택한 것이다.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통해 영업하는 기존 보험사와 달리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는 디지털 손보사 특성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작은 규모의 카디프손보가 디지털 DNA를 심는 데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국내 진출한 디지털 손보사 중 이렇다 할 실적을 기록한 곳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디지털 손보사는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2곳이다. 작년 말 기준 캐롯손보는 649억원의 당기순손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손보는 6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강병관 사장 내정자는 전사적인 경영 관리와 해외 지분 투자 등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아 뛰어난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아직 완전 디지털화를 통해 좋은 실적을 기록한 보험사가 없고, 카카오페이손보도 출범을 앞두고 있어 작은 규모의 카디프손보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재원이 풍부한 금융지주사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다면 디지털 손보사로서 존재감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출범과 함께 업계 반향을 일으켰던 거대 플랫폼 기업
카카오페이(377300)가 올 하반기를 목표로 ‘카카오페이손보(가칭)’의 출범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페이손보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뚜렷한 승자가 없는 디지털 손보시장에서 카디프손보를 인수한 신한금융의 차별화 전략과 함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이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수 추진단에서 내부적으로 디지털 손보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밝히기 어렵다”라며 “다만 신한금융이 다방면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