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방어 성공한 오리온…태풍 앞에 장사 있을까
국제 정세 불안에도 1분기 실적 '선방'했지만…2분기 전망은 '먹구름'
우크라 사태 장기화로 8% 이자율 루블화 단기 차입
공개 2022-05-20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9일 19: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오리온(271560)이 국제 곡물파동을 뚫고 1분기 선방한 성적표를 내보였지만 2분기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의 봉쇄 조치 완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와 유럽 진출을 꿈꾸며 제3공장을 준공하고 있는 러시아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지난 2006년 트베리 공장을 설립하며 러시아 제과시장에 진출했다. 공장 가동 첫해에는 16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08년부터는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에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생산규모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진출 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며 11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의 흥행에 맞춰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 진출도 꿈꾸고 있다. 17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러시아 트베리 크립쪼바에 제과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신공장을 통해 초코파이의 공급량을 확대하고, 파이, 비스킷 카테고리 신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여 인근 수출 시장인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의 1분기 실적 또한 호평을 받았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1분기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 6532억원, 영업이익 108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5%, 6.5% 성장했다. 해외시장의 매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오리온이 중국의 봉쇄 조치, 러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가 2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최근 오리온은 6억원의 러시아 화폐 루블화(한화 약 87억원)를 단기차입했다. 이자율은 이례적으로 8.14%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를 우려한 오리온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기를 느껴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 루블화를 차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국제 정세는 매우 불안정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러시아 내 소비 심리 위축, 오르내리는 루블화의 가격 또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 사태 장기화는 신공장 가동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앙아시아와 유럽 시장 진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오리온의 러시아 법인 실적은 앞서 언급했듯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고성장을 이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의 성적을 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반짝 급증했던 2분기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이 36억원, 3분기가 38억원, 4분기 36억원, 올해 1분기가 3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반짝 급증했던 지난해 2분기 전체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보다 36.1% 감소한 수치에 해당한다. 당시 매출은 5017억원으로 2020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순이익은 395억원으로 39.9% 줄었다. 오리온은 이와 관련해 "전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다른 주력시장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조치가 완화되고 있지만 상하이 외 베이징 등 여타의 대도시에는 코로나19가 오히려 확산하고 있어 재봉쇄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 등 상황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9년간 국내 소비자가를 동결하며 쌓아 온 ‘착한 기업’ 이미지에도 불이 떨어질 모양새다. 세계 밀 생산량 2위 국가인 인도가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며 국제 밀값이 5% 이상 급등함에 따라 다시 한 번 기업들의 과자값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사진=오리온 제공)
 
장지혜 디에스투자증권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오리온은 러시아 내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매출 성장을 잘 일으키면서 버티고 있다"라며 "다만 글로벌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 이익률은 매출 성장 규모 대비 불안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시장 환경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등 불확실한 상황인 건 확실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2분기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자재 조달이 핵심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 내부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오리온의 다른 법인들 통해서 원자재를 조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러시아 법인은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가며 공장가동률이 150%대에 이르는 등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유지했다”라며 “2분기부터는 현지 물가상승에 따라 지난 4월 단행한 가격인상 효과가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중국 법인을 통한 원부재료 조달 등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안정적인 생산을 이어가며 비스킷 제품의 유통채널 확대와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로 매출 성장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크립쪼바에 제과 신공장 가동과 관련해서는 “상반기 중으로 완공이 예상된다”라며 “중앙아시아와 유럽 진출은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로 일정에 맞춰 진행될 것이며 특이상항은 현재까지 없다”라고 답했다.
 
최근 루블화 단기차입에 관련해서는 “국제 정세와는 관계 없다”라며 “러시아 법인이 진행한 단기차입으로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율에 대해서도 “별개의 법인이므로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국내 제품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서는 “오리온은 현재 미국산 밀을 쓰고 있으며 당장 가격인상 계획 또한 없다”라고 말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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