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통한 배터리 품질 향상에 나섰다. 배터리 화재를 예방하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명환 LG에너지솔루션 CPO(생산·구매 최고책임자) 사장과 남수희 RIST 원장이(왼쪽부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가 스마트팩토리 분야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스마트팩토리 공동 연구 협약서(MOA)를 체결한 양사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 등 스마트팩토리 분야 첨단기술 연구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를 온라인 공간에 똑같이 구현한 후 다양한 조건에서의 모의실험을 통해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이다.
1987년 포스코가 전액 출연해 세운 RIST는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환경 에너지·스마트팩토리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실용화 전문 연구기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스코케미칼(003670)의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 부문 우량 고객사여서 RIST와의 협력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RIST는 라이다(Lidar) 기술을 이용한 실물 설비 3D 모델링 기술 등 자체 개발해 보유 중인 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술을 LG에너지솔루션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원격모니터링과 공정기술 등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인력·기술뿐만 아니라 연구시설·장비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처럼 스마트팩토리 강화에 나선 것은 공정 문제로 배터리 품질이 하락해 화재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005380) 코나와 GM의 쉐보레 볼트 등에서 발생한 화재,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며 총 1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
자료=SNE리서치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도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통한 배터리 품질 향상이 중요하다는 해석이다. 현재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현재 고가의 배터리 소재 원료인 ‘코발트’를 넣지 않은 ‘LFP 배터리(양극재가 리튬·인산·철 이뤄진 배터리)’를 필두로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계 배터리 기업 CATL은 올해 1분기 중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 점유율 35%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137.7% 성장했다. CATL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 점유율에서도 3위를 기록했고, 다른 중국 배터리 기업 선우다(Sunwoda) 역시 같은 통계에서 846%가 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RIST와의 협약 전부터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한 품질·제조 기술력 강화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지멘스와 배터리 제조 기술의 디지털화·효율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고, 생산라인 영상을 데이터로 만들어 설비·공정 이상 유무를 사전에 판단하는 ‘팩토리 모니터링 컨트롤 센터(FMCC)’도 구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데이터 혁신을 통한 스마트팩토리 강화 노력은 인사에도 반영됐는데, 올해 2월 엔비디아 출신의 머신러닝 분야 글로벌 전문가 변경석 전무를 CDO(최고데이터책임자)로 영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