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KDB생명의 매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며 앞으로 1년을 더 이끌게 된 최철웅 대표이사의 경영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한 KDB생명은 다른 인수의향자가 등장하기까지 당분간 독자적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위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매각절차 장기화로 영업능력이 약화되면서 수입보험료가 줄어 시장점유율이 점차 축소되고 있고, 금리 상승으로 인해 건전성 우려도 불거지며 최 대표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통보했다.
SPA가 해제된 것은 JC파트너스가 작년 6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KDB생명 대주주변경승인이 SPA상 거래종결 기한이었던 올해 1월까지 승인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3일 JC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던 MG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됨에 따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대주주 변경 승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KCV PEF 투자심의위원회 결의를 거쳐 산업은행은 SPA를 해제했다.
(사진=KDB생명)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KDB생명 매각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도 새 주인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KDB생명은 독자 생존하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 KDB생명의 당기순익은 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판매상품 손익구조 개선과 제3보험 판매 활성화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만들고, 비용 효율화와 이차율 손익 개선 등의 영향으로 당기순익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상태에 있던 KDB생명은 지난 2018년부터 3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새 주인 찾기로 인해 영업력이 떨어진 상태다. 작년 말 기준 KD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8.1% 줄어든 2조47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업계 시장점유율 2.1%로 중위권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수입보험료가 줄면서 생명보험시장 내 점유율은 지난 2020년 2.3%로 축소됐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된 모습이다. 작년 말 기준 KDB생명 RBC(지급여력) 비율은 전년 대비 31.7%p 하락한 168.9%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RBC 비율을 15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현재 KDB생명은 권고 수준에 근접해 있어 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RBC 비율이 떨어지자 건전성 개선을 위해 주요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모습이지만, KDB생명은 아직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도 높아졌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21일 정기평가를 통해 장기신용등급을 A+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했다. 등급전망 조정 근거 이유로 매각절차 장기화에 따른 영업기반 위축과 경상 수익성 저조로 영업력 회복이 부진한 점, 자본적정성 유지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KDB생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하는 최철웅 대표이사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을 확정 지은 그는 앞으로 1년 더 KDB생명을 이끌어나가게 됐다.
최철웅 대표는 연임 결정과 함께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재무건전성 중심 내실 확보’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수익성 중심 상품 개발 △영업 채널별 영업력 회복 △보험회계기준 전환 대응 △디지털 혁신 기반 조성 등 세부 계획을 세웠다.
KDB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내부적으로 매각 시 진행할 사업 계획과 기존의 사업 계획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존에 세웠던 사업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다”라며 “RBC 비율 저하와 관련해 금리 변동 민감도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은 상태로, 자본 확충은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의논을 통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KDB생명 매각이 무산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이를 인수할 만한 유력 인수의향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업계 전반적으로 RBC 비율로 어려움을 겪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매력도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자체가 불타오르는 시장이 아니다 보니 인수 매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최근에서야 매각 무산이 공식적으로 발표됐기 때문에 당장 매각을 하겠다고 나설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인수 의향이 있을 만한 곳은 금융지주사 정도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