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분식회계(粉飾會計)는 기업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기준에 의해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분식(粉飾)’이란 ‘가루 분(粉)’과 ‘꾸밀 식(飾)’으로서 실제보다 좋게 보이기 위하여 ‘겉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분식회계의 영어 표현으로 ‘accounting fraud(회계 사기)’를 많이 쓰지만, 과거에는 ‘window-dressing settlement’란 표현도 많이 썼다. ‘window-dressing’이란 ‘창문 장식’ 또는 ‘진열창 장식’을 뜻한다. 회계에서 재무제표는 기업을 들여다보는 ‘창문(window)’이므로, 창문을 ‘예쁘게 꾸며(dressing)’ 집안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처럼 기업의 재무제표를 회계기준에 의해 작성하지 않음으로써 기업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이 분식회계다. ‘window-dressing’은 회계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예를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연말에 보유 주식의 평가액을 높이기 위해 해당 종목의 주식을 추가 매수 또는 매도하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종가를 관리하는 것도 ‘window-dressing’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분식회계는 수익(매출, 영업외수익 등)이나 자산을 과대 계상하거나 비용(매출원가, 이자비용 등)이나 부채를 과소 계상하여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을 말한다. 분식회계의 대표적인 사례는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기말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과대 계상하여 매출원가를 줄이거나 회수가 어려운 채권에 대하여 대손충당금을 적게 계상하는 방법 등 다양하다.
현실에서는 분식회계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원칙중심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전문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정 자산의 판매를 영업수익(매출)과 영업외수익 중 어느 것으로 기록할 것인가의 논란, 가상자산의 판매를 매출과 부채 중 어느 것으로 기록할 것인가의 논란, 유통기한이 지났으나 허가를 받아 유통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의약품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기록할 것인가의 논란 등의 문제는 전통적인 의미의 분식회계라기보다는 전문가적 판단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슈다.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는 분식회계와는 반대로 기업을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역분식회계(逆粉飾會計)’라고 한다. 역분식회계도 회계기준 위반이라는 점에서 ‘분식회계’에 해당하지만,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하는 분식회계와 구분하기 위하여 ‘역분식회계’라고 부른다. 역분식회계는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경우에 증가하는 세금 부담을 줄이거나 임금 인상 요구를 완화시키거나 거래처에서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요구를 피하기 위하여 이루어진다. 최근에도 이익이 많이 발생하면 거래처에서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할 것을 우려하여 회사가 어려워 보이도록 역분식회계를 한 회사의 임원이 징역형을 구형 받았다고 한다.
최근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루어진 회계부정신고를 기반으로 회계심사·감리에 착수한 22개 사 중에서 감리결과 조치가 완료된 13개 사의 주요 위반내용은 매출 과대계상(10사), 자산 과대계상(2사), 부채 계상누락(1사) 등으로 모두 기업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는 분식회계였다.
분식회계와 역분식회계가 미치는 영향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식회계를 한 기업의 주주는 주가 폭락이나 상장폐지 등을 통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만 역분식회계를 한 기업의 주주는 주식의 추가 매입 기회를 잃는 피해를 보고, 주주가 아닌 투자자들은 그 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기회를 잃는 등 간접적인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분식회계를 하면 기업이 납부하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납부하므로 세수가 증가하지만, 역분식회계를 하면 탈세를 하게 되므로 분식회계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입장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고 그 영향의 정도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분식회계와 역분식회계 모두 회계기준의 위반이라는 점에서 나쁜 것이다. 기업 경영은 분식회계나 역분식회계 모두를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회계부정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기업 문화가 빨리 형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