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풍력 재검토”…코오롱글로벌 등 사업 제동 우려
인수위, 신재생에너지 정책 폐기·해상 풍력 재검토
풍력 1·2위 코오롱글로벌·SK디앤디 불확실성 커져
공개 2022-04-27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폐기하기로 한 데에 이어 해상풍력발전 확대 속도를 늦추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국내 풍력발전사업 점유율이 높은 코오롱글로벌·SK디앤디를 비롯해 현재 풍력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본다.
 
2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장능인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에너지 믹스 기조 변화에 맞춰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속도와 수위를 조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인수위가 문재인 정부의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70%’ 정책을 폐기하기로 한 지 2주일 만이다. 
 
지난 5일 인수위는 새 정부 에너지정책의 핵심을 ‘안보’·‘원전’으로 전환하고,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만든 에너지기본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2년 주기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원전 중심으로 다시 세우는 것이 인수위와 새 정부의 목표다. 윤 당선인은 2030년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를 현 정부 목표치인 30%보다 낮은 20~25%로 수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인수위에 ‘질서 있는 원전 복원’을 위해 에너지기본계획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 에너지 업계에서는 그간 풍력발전에 주력해온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줄면 건설 예정인 풍력발전단지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풍력발전단지 설립 관련 인가가 아예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예산 지원도 원전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신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주 풍력발전단지. 사진=코오롱글로벌
 
현재 국내 풍력발전사업 점유율 1위 기업은 코오롱글로벌(003070)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사업비 2조원·408㎿(메가와트) 규모의 완도 해상풍력 1·2단지 개발을 위해 지난해 3분기부터 발전사업허가를 신청한 상태지만, 아직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위가 직접적으로 신재생에너지와 풍력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관계 당국이나 부처에서도 허가를 내주기가 더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올해 말 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도보다 20.91% 늘었고 영업이익은 36.95% 성장하는 등 실적 개선세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책 변화로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풍력사업에 제동이 걸려 수익성·외형 성장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426㎿ 규모, 10건의 육상풍력 사업을 추가로 수주해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불투명해졌다. 
 
김창환 대우건설 신사업본부장, 이상룡 씨앤아이레저산업 대표, 김해중 SK디앤디 에너지솔루션본부장(왼쪽부터)이 굴업도 해상풍력발전사업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하고 있다. 사진=SK디앤디
   
SK디앤디(210980)가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추진 중인 ‘인천 굴업도 해상풍력발전 사업’ 역시 이번 정책 변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예상이 있다. 인천 굴업도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인천 옹진군의 섬인 굴업도 인근 해역에서 240㎿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굴업도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착공 목표 시기가 오는 2025년이기 때문이다. 올 연말 새로운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조정되면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SK디앤디는 국내 풍력발전 점유율 2위 사업자다. 본업은 부동산 개발이며, 지난 2014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추진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디앤디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7.47% 하락했고 올해도 38.86%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에너지정책 변화에 대한 대응이 특히 중요하다는 평가다. 
 
 
 
전남 2·3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SK E&S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남 2·3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전라남도 신안 해상에 국내 최대 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하는 것으로, SK E&S는 2단계 400㎿·3단계 400㎿ 규모의 해상풍력을 준공할 예정이다. 전남 2·3 해상풍력 프로젝트 역시 공사 기간이 2022년부터 2027년·2024년부터 2030년으로 새 정부의 변화된 에너지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SK E&S도 계속되는 신사업 관련 투자로 신용평가사로부터 재무안정성을 지적받고 있어, 해당 사업의 규모가 축소되거나 사업 자체가 취소되면 실적·재무 개선 계획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329180)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울산시가 2030년까지 추진하는 서울시 두 배 면적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단지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지난 2월 울산 지역 유세에서 “해상풍력 발전의 공사 하청은 이권 공동체이고,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사업에 낄 수 있겠느냐”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낸 적이 있어, 사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밖에 2030년까지 국내 해상풍력 발전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현대건설(000720)과 신안 우이 해상풍력 사업 개발을 주관하는 한화건설 등도 에너지기본계획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된 후에야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인수위의 기조를 볼 때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율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의 대체 발전 수단이 문재인 정부 때는 신재생에너지였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자력 발전이어서 발전 비중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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