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신한은행이 48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1·2금고 유치 등으로 예수금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열위한 유동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린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작년 신한은행은 순현금유출액(순유출액) 증가가 두드러진 터였다.
LCR은 고유동성자산을 순현금유출액(현금유출-현금유입)으로 나눈 값이며 예수금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을 뜻하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의 일환으로 LCR 규제를 완화했으나 올 7월부터 통합LCR을 100%로 단계적 정상화하고 외화LCR은 80%를 적용키로 했다.
(사진=신한은행)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1월부터 2026년 말까지 4년간 서울시 1금고(일반·특별회계), 2금고(기금)를 맡게 됐다. 두 금고의 연간 규모는 각각 44조2190억원, 3조5021억원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중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2019년 우리은행이 차지하고 있던 1금고를 따낸 데 이어 2금고까지 빼앗았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수신금리 인상 선두에 섰다. 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1.5%로 0.25%p 올려잡자 바로 다음 날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과 함께 예·적금 금리를 최고 0.4%p 상향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하나은행은 최고 0.35%p, 19일에는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최고 0.3%p, 0.4%p 인상하며 행렬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이 예수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열위한 LCR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신한은행의 통합LCR은 영업일 평균 87.89%로 농협은행(108.04%), 국민은행(90.52%), 우리은행(89.95%), 하나은행(88.92%) 수준과 비교해 다소 미흡했다. 고유동성자산이 전분기 대비 2조412억원 증가했지만, 순유출액이 3조1808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농협은행은 고유동성자산이 더 많이 늘어났으며 국민은행은 두 부문의 증가 폭 격차가 크지 않았다.
신용평가 업계는 신한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한 탓에 고유동성자산 성장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기업대출 취급에 힘을 쏟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예대율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신예대율 제도는 기업대출 가중치를 15%p 내리고 가계대출 가중치를 15%p 올리는 게 골자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LCR 정의상 만기없음, 불안정적으로 분류되는 예금이 비교적 적은 상황이었다. 작년 말 예금 154조6652억원 가운데 56.1%(86조7405억원)가 만기없음에 해당했으며 불안정적은 67.4%(104조2953억원)를 기록했다. 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은 만기없음이 60.1%로 높았지만, 불안정적은 66.3%로 다소 낮았다.
LCR정의상 만기없음으로 분류되는 예수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포함된다. 즉 신한은행의 경우 고객이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예금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불안정적 예수금은 안정적 예수금과 별도로 구분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1·2금고 유치와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LCR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등으로 빠져나갔던 자금 역시 은행권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