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출범 2주년을 맞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리테일(소매금융)과 홀세일(법인영업) 역량을 정비해 퀀텀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리테일 부문에서는 플랫폼 강점이 있는 MTS를 통해 개인 고객을 끌어모으고, 사업성 있는 부동산 PF 중점적으로 키워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주식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데다, 부동산 경기 전망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망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캡처. (사진 = 변세영 기자)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2월 선보인 베타버전 MTS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은 영업수익으로 752억원을 창출했다. 이중 수수료수익은 635억원이었는데, 여기에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홀세일 기타·금융자문수수료가 411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수탁수수료 수익은 25억원에 그쳤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MTS 서비스를 확대하는 만큼, 서비스 차별화를 도모해 사용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각오다.
이들 MTS의 가장 큰 무기는 접근성이다. 단순히 타 증권사의 MTS 사용자를 뺏어오는 형태가 아닌 투자를 처음 접하는 초보자부터 투자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도 플랫폼 기반의 차별화된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UI(레이아웃 등)와 UX도 간결하게 만들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별도의 MTS 앱을 만들지 않고
카카오페이(377300) 플랫폼을 활용한다. 카카오페이 앱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주식으로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이미 카카오페이가 자체적으로 약 3600만명 이상 가입자를 두고 있는 만큼, 카카오페이증권의 잠재고객 규모도 크다고 평가한다. 일례로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페이로 결제 후 남은 잔돈을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너지를 유도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 수는 500만개를 넘어섰는데, 공모 펀드를 판매하는 증권사·은행 중 카카오페이증권의 계좌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는 2년 만에 203만명이 2억300만건, 1조783억원을 거래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국민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카카오톡을 통해 주식 종목 정보를 공유하고 카카오톡 주식 선물하기 등 차별화 요소를 내세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일반 증권사가 아닌, 증권 라이선스를 갖는 IT회사를 추구한다. 실제로 지난해 판매관리비용 중 전산운용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8.12%에 달한다. 2020년 9.36%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증권사들의 전산운용비 비중이 대부분 5%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 투자가 높은 셈이다.
다만 올해부터 대외환경이 부정적이라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최근 주식시장 경기가 얼어붙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자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우량 소득원으로 꼽혔던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탁매매 수익이 줄어들면 이와 관련해 주식담보 대출 이자 수익 등에서도 생각만큼 재미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33조3000억원 대비 40%가량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MTS가 보편적으로 확대된 만큼, 후발주자로서 시장 파이를 뺏어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용자에게 새로운 투자 문화·경험 등 이런 부분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라면서 "사용자 경험에 따라 (이용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낙점한 두 번째 먹거리는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다. 최근 출범 2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카카오페이증권은 PF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증권사는 건설 시행사 유동화증권을 매입보장하거나 매입확약하는 형태로 부동산 PF 사업을 전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수료를 취득한다. IB사업 중에서도 PF는 단연 황금알로 꼽힌다. 초대형 증권사를 비롯해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001500) 등 중소형 증권사 역시 PF로 창출한 수익이 수 천억원대다. 반면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이 거둬들인 PF와 관련한 채무보증 수수료 수익은 전무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부동산 PF를 확대하고자 몸집을 키웠다. 증권사는 신용공여로 신용융자(증권담보융자 등 포함)와 신용대주 금액을 합해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취급할 수 있다. 자본이 많을수록 PF 사업에서 유리한 이유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해 몸집을 키우기 위해 카카오페이로부터 3월, 7월, 12월 총 세 번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약 1420억원 규모다. 유상증자로 지난해 말 기준 순재산액(자본총계)은 1919억원, 영업용순자본은 1324억원에 도달했다. 순자본비율은 2020년 368%에서 지난해 말 1160%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3분기 증권사 평균 순자본비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변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다.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와 긴축 기조 배경 속 분양률 저조 등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 부동산PF 대출과 같은 PF 비중이 큰 증권사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인력 문제도 있다. 올해 초 카카오페이증권 내 홀세일(IB)을 담당하는 법인영업본부 임직원과 리서치센터 인력 약 17명이 타 증권사로 대거 이직하면서 내부에 잡음이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홀세일 사업 부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을 도모하고 있다"라면서 "(홀세일에) 타격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