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논의에만 그쳤던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이번에는 실행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을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로 추진하기 위해 산업은행 이전을 강조했고, 인수위원회에서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실효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와 소통을 위해 원거리 출장이 잦아지고, 주거와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해 수도권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탈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일 정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소속 경제1분과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된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부산 지역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내세운 바 있다.
대선 시절 시도공약집에는 산업은행을 이전해 부산을 스마트 디지털 경제 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24일 서울 통의동 프레스 라운지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사진=강은영 기자)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에 대한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혁신도시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이는 논의에만 그치고 직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금융 공기업과 전문가들이 효율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이전 의지를 여러 번 강조했고 인수위에서도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만큼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선언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수장 이동걸 회장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이 수도에서 전체를 아우르며 금융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며, 지방 이전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산업은행이 지방으로 이전되면 무조건 해당 지역이 발전하는 게 아니라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라고 말했다.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부산 이전에 대한 가능성이 점차 커지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상위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와 1일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서를 인수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산업은행은 우리 산업과 토종 기업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방패로 선도적인 구조조정 등 시장안전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라며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정부나 국회로부터 세금을 받아 기업에 나눠주는 것이 아닌 대부분의 재원을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에서 벌어 충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노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이유서를 인수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사진=금융노조)
실제 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처럼 예대금리차 마진이 아닌 투자은행(IB) 특성을 살려 수익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작년 산업은행 당기순이익은 2조4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상승했다. 83조원의 자금 공급을 통해 자산을 확대하고 투자자산 배당수익 증가 등으로 경상적 순이익을 1조원 넘게 시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부문별 수지를 살펴보면, 이자이익이 1조65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늘었다. 유가증권을 포함한 기타영업이익은 전년 말 이익인 712억원과 비교해 30배 이상 증가한 2조3606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총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3조5502억원을 기록했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각종 금융기관이 집적한 서울을 벗어난다면 이익이 줄어들고 정책 지원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라며 “지방 이전은 결국 수익원으로부터 이탈한다는 것으로, 정책 지원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금융기관은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있다. 실질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는 일이 잦다는 점에서 이전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금융기관은 금융부처에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은 서울이나 세종 등 경제부처와 떨어져 있어 출장이 잦고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을 길거리에 소비한다는 점에서 업무의 비효율성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거나 자녀 교육 문제로 인해 서울이나 수도권을 선호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직률도 상당하다는 점은 문제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 지방 이전과 관련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서울은 기본적으로 여러 금융기관이 모여 있어 이들과 연계해 활동하는 데 있어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부산 지역 내에 금융 관련 기관을 모은다면 금융 중심지의 역할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