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스타트업 네트워크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작년 이뤄진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18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53.2% 늘어난 수준이다. 투자 규모는 약 11조7287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변승규 변호사는 10년 전 스타트업과 IT기업의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 시절부터 법률 자문을 시작했다. 그는
NAVER(035420)(네이버) 자회사 퀵켓, 로플랫, 아워박스 등의 인수나 투자 관련 자문과 망고플레이트와 번개장터의 매각 자문 업무도 수행했다.
그는 다년간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예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약서 하나하나 살피는 꼼꼼함으로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줄 아는 스타트업·IT업계에 최적화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변승규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움)
다음은 변승규 법무법인 세움 파트너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주로 담당하는 업무는 무엇이며, 해당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초기에 주로 스타트업 운영이나 투자, 인수·합병 자문을 주로 맡아왔다. 최근에는 대기업,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 등 투자를 위한 펀드 결성,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 관련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 IT기업을 대상으로 M&A와 투자 자문 업무를 하고 있다.
처음 변호사를 시작한 10년 전에는 스타트업이나 IT 시장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이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다면 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당시 워낙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변호사들도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 대해 인지하지도 못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자문을 맡으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다.
-실제 법률 자문을 맡았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해달라.
△투자 자문과 M&A 자문을 나눠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투자 자문으로는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사이러스테라퓨틱스 투자자문, 크로스로드파트너스의 아이랩, 매드업 스타트업 투자 자문을 진행했다. M&A 자문에서는 PE 알파비스타인베스트먼트의 스파이더 인수 자문, 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인
하이브(352820)의 회사 인수 법률 실사 자문, 망고플레이트와 번개장터의 매각 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작년에 진행한 대표적인 업무 사례로는 ‘퓨리오사AI’시리즈 B 투자 자문과 네이버 자회사 크림의 나매인 인수 자문이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던 스타트업 퓨리오사 AI의 시리즈 B투자는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인 800억원의 금액으로 진행됐다. 당시 여러 투자자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기존 투자자들과 신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건을 조율하는 데 노력했다.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IT 기업 투자 자문 경험에 따른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계약서 검토와 서류 작업, 투자 자문 전반에 대한 업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법률 자문에 있어 자신만이 가진 강점이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할 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라는 격언을 많이 사용하곤 한다. 숲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사소한 부분까지도 살피는 꼼꼼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서 자문을 할 때 100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계약서에 한 줄이 잘못되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계약서의 작은 부분도 살핀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들로부터 ‘꼼꼼히 봐줘 감사하다’라는 피드백을 받곤 한다.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숲을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숲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률 자문을 처음 맡았던 10년 전에는 계약서를 보더라도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례들이 쌓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예상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가상의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을 통해 공부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만큼 여러 경험이 쌓아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율’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문 업무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와 피투자자 둘 이상이기에 여러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최대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위험요소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때론 과도한 요구로 인해 딜 자체가 깨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 잘 설득시키는 기술이 중요하다.
스타트업 관련 다양한 강연도 진행하는데, 주로 강조하는 건 ‘투자 생태계와 투자 계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다. 투자 자문에 필요한 모든 법률적인 사항은 법률 대리인이 수행하지만, 창업자를 비롯한 스타트업 주요 관계자가 기본적인 사항을 알고 있으면 투자 과정을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 전반의 과정을 이해하다 보면 투자를 받기 위한 준비 사항과 문제점, 보완점 등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투자 유치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스타트업 관계자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투자 과정에 있어 개인 책임 부담 여부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회사에 대한 투자는 스타트업 대표인 개인이 책임을 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만,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를 안 받는 경우도 생긴다. 이는 아직 한국의 투자 문화가 회사랑 개인을 분리해 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특징적인 점은 사모펀드의 벤처기업 투자가 늘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유니콘 기업이 생겨나며 사모펀드(PEF)와 벤처캐피털(VC) 사이의 투자 경계가 흐릿해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에 투자해 수익 창출을 이루는 안정적인 투자 전략을 선호했다. 작년 10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을 통해 경영참여형 PEF가 투자 대상 기업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야 하는 의무가 사라지며 소수지분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혁신적인 비상장 기업 등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더욱 자유롭게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사모펀드가 벤처업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업계 전체가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예년과 같이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 올해 1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스타트업 투자 소식과 여러 차례 투자를 통해 펀드가 거의 소진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놀라운 기술과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간 활발한 협업을 통해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등 업계는 빠른 성장과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스타트업·IT분야 법률 자문을 맡게 되는 후배 변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험을 쌓지 않은 후배들이 자문 업무를 수행하며 스타트업에서 모든 리스크를 부담하는 걸 원치 않아 과도하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이런 과정에서 딜이 깨지기도 했다. 스타트업에서 모든 걸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니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신뢰 관계가 깨지게 된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자본뿐만 아니라 펀드를 통해 모은 돈이 투입되기 때문에 보호 장치가 필요한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