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진용을 재정비하고 있다. 올해 사외이사진 키워드는 법조계·교수 출신으로 요약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등으로 내부통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함에 따라 의사 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올해 8월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은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아야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여성 사외이사도 잇달아 선임됐다.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사내이사는 작년 호실적에 힘입어 대부분 유임했다.
첫 포문을 연
메리츠증권(008560)은 1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희문 부회장 재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지난 2010년 대표이사 직에 오른 최 부회장은 이번 재선임으로 4연임에 성공하며, 증권사 최장수 CEO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메리츠증권은 남준 경영지원본부장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자본준비금(6000억원) 감소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총 5개의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여는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사내이사로 최현만 대표이사 회장과 이만열 경영혁신총괄 사장을 재선임하고, 강성범 IB2 총괄 부사장을 임기 1년으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기존 미래에셋증권 사내이사는 김재식 전 사장까지 3인으로 구성됐지만, 김 전 사장이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강 부사장이 공석을 채우게 됐다.
신임 사외이사로는 교수 출신 인사가 중용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김성곤 종근당 신약연구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금융·경제 이외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신(新)성장 부문의 자문을 구했지만 올해는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석준희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부교수가 2년 임기로 새롭게 합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임 사외이사에 대해 “성태윤 후보는 금융·경제 전문가이며, 석준희 후보는IT·신성장 전문가”라며 “그동안의 경험과 전문지식 등 충분한 역량과 독립성을 겸비해 사외이사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의 정용선 이사와 여성인 이젬마 경희대학교 국제학과 교수는 재선임하기로 했다.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도 눈길을 끈다. 이사회 성별 구성과 관련한 특례조항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채비를 갖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남성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했던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여성 사외이사를 새롭게 영입한다.
삼성증권(016360)은 18일 주총을 열고 오는 3월28일 임기가 만료되는 안동현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여성 사외이사로 최혜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를 새롭게 뽑았다. 최 신임 사외이사는 서울민사지방법원과 서울가정법원 판사 출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나머지 사외이사인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임기는 각각 내년 3월, 2024년 3월까지로 기존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영섭 사외이사만 자리에서 물러난다. 사내이사로는 기존 장석훈 사장과 사재훈 부사장에 이어 이종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을 신규 선임했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백아란기자)
한국금융지주는 오는 25일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 여성인 김희재 올댓스토리 대표와 최수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를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김 대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문가며 최 교수는 재무회계분야 경영학 박사로, 회계정책학회 이사, 한국회계정보학회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내년까지 임기가 남은 함춘승 사외이사를 제외한 정영록·김정기·조영태·김태원 사외이사는 재선임한다.
사내이사에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및 한국투자증권 회장을 재선임하며 오태균 한국투자금융지주 사장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사 보수한도에서 퇴직금을 제외하고, 임원퇴직위로금 지급규정을 주주총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는 등 정관 변경도 추진한다.
한화투자증권(003530)은 의학박사 출신 1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상무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으며 현대차증권은 첫 여성 사외이사로 이종실 국민은행 경영자문을 신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현재까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 증권사 가운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지 않은 곳은 메리츠증권이 유일하다.
대신증권(003540)의 경우 양홍석 부회장과 오익근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인원이 남성으로 구성됐지만,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이 여성으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한편 올해 주총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기조도 나타났다. 특히
NH투자증권(005940)은 정관변경을 통해 ESG위원회(가칭)신설 근거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 위원회의 경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만 있었지만, 필요한 경우 이사회가 정하는 기타 위원회를 둬 그 권한을 위임할 수 있도록 바꿨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선임하며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은 23일 주주총회에서 3연임을 확정짓는다. 이 밖에
KTB투자증권(030210)은 여성인 기은선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한편 사명을 제2도약을 위해 '다올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을 결정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여성 사외이사 선임도) ESG 경영의 일환”이라며 “법 시행과 시대적 기조에 따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