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S리테일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유통업계 공룡
GS리테일(007070)이 좀처럼 이름값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알짜 홈쇼핑 사업을 품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디지털 등 신사업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본업 성장까지 정체되면서 신사업 적자를 지탱해 주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올해 GS리테일은 적자 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의 노력과 함께 지분 투자한 회사들이 어떻게 협업 성과를 내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의 지난해 매출액(연결)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9조7657억원을 올렸다. 반면 영업이익은 2083억원으로 같은 기간 17.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4분기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더 좋지 않다. 지난해 4분기 GS리테일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0.9% 줄어든 255억원에 그쳤고 276억원 순손실을 남기며 적자전환했다.
GS25 편의점을 축으로 성장해온 GS리테일은 지난해 7월 GS홈쇼핑과 공식적으로 한 몸이 됐다. 존속회사는 GS리테일로 홈쇼핑의 실적이 연결로 반영되는 형태다. 매년 수 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홈쇼핑을 품고도 다소 주춤한 실적이 나온 이유는 신사업 부진이 8할 이상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S리테일의 종속기업은 파르나스호텔을 비롯해 지에스넷비전, 후레쉬미트, 어바웃펫(구 펫츠비), 텐바이텐 등 약 13개다. 범위를 지분투자를 나타내는 ‘관계기업’으로 넓히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수익증권을 포함해 홈쇼핑 관련 기업에서부터 도소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공급사 등 무려 40여 개에 이른다.
GS리테일의 신사업은 크게 이커머스(새벽배송), 배달(모빌리티), 반려동물, 가정간편식을 포함한 푸드테크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는 산업군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차군단을 구성하는 개별 기업들의 스펙도 남다르다. GS리테일의 투자 기업 리스트를 살펴보면 배달업계 2위 사업자 요기요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밀키트기업 프레시지 등 소위 벤처캐피탈(VC)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줄줄이 포진한 게 특징이다. GS리테일이 스타트업 ‘쇼핑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다방면 투자가 효과적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GS리테일의 피투자사 스타트업 대부분이 적자를 이어가면서 되려 연결실적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선식품(GS프레시)을 비롯해 밀키트 등 대부분의 신사업이 기대를 하회하는 실적으로 전체 영업이익(연결)을 깎아내렸다. 이에 더해 GS리테일이 투자한 기업들도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영업외 손실이 발행해 순손익에 악영향이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GS리테일이 인식한 관계투자기업 지분법 손실은 메쉬코리아(19억원), 프레시지(2억6000만원), 펫프렌즈(6억1500만원), 얌테이블(3억1600만원) 등 다수다.
적자 폭이 가장 큰 투자사업은 ‘퀵커머스’ 분야다.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 컨소시엄 형태로 배달중개서비스 요기요를 전개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에 3000억원을 투자해 요기요 지분 30%를 확보했다. 이어 배달대행업체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에 508억원을 베팅해 지분 약 20%를 확보하는 등 퀵커머스에만 수천억원을 쏟아냈다. 그동안 GS리테일 사업자체가 오프라인 ‘편의점’ 중심이었던 만큼, 판이 커지는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사진=GS리테일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각각의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 안착 작업이 늦어지면서 성과가 지연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GS리테일은 홈쇼핑에서부터 편의점, H&B 등 다방면의 사업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신세계(004170)그룹 SSG닷컴이나
롯데쇼핑(023530) 롯데온처럼 통합플랫폼 경쟁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결제나 배송 등과 관련한 그룹 시너지 효과가 미미하고 고객 락인(Lock-in)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매출성장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GS리테일의 디지털 사업을 포괄하는 기타사업(편의점, 호텔, 슈퍼, 홈쇼핑 제외) 부문은 2020년 대비 매출 성장이 15% 내외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21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거래액 성장률(21%) 보다도 낮은 수치다.
펫사업 투자도 수년째 아픈 손가락에 머물러 있다. GS리테일이 2018년 지분투자를 통해 시작한 반려동물 사업 어바웃펫(구 펫츠비)이 수년째 적자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펫사업 부문이 수년째 순손실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어바웃펫이 자본잠식에 이르자 GS리테일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출자해준 금액만 80억원에 달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배경이다.
디지털을 비롯한 기타 신사업들이 부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설상가상 본업이 이를 받쳐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전이라 정확한 수치파악은 어렵지만, 증권업계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GS리테일의 가장 큰 축인 편의점 부문의 매출 상승 폭은 5~7% 내외에 그친다. 업계 투톱 경쟁자로 꼽히는
BGF리테일(282330)이 지난해 편의점 부문에서만 성장률이 12%에 달한다는 것에 비춰보면 다소 열위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캐시카우로 꼽혀왔던 홈쇼핑 부문 역시 지난해 매출액 성장세가 주춤했고, 같은 기간 전년 기저효과 및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은 1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GS리테일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 라인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 "MAU(월간 순 사용자)와 거래액 성장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히 소외될 수 있는 만큼, 올해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