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최태원
SK(034730) 회장이 직원들과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비전·전략을 공유했다. 그간
SK텔레콤(017670) 내에서 특별팀(TF) 형태로 운영되던 AI 전담팀을 정규조직으로 확대하고, SK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최태원 회장이 이번 미팅을 통해 AI 사업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역량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분석한다.
최태원 SK 회장이 11일 개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AI 특별팀 아폴로 임직원들과 토론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1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SKT의 AI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350여명의 아폴로TF 구성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번 미팅 현장에는 최 회장과 유영상 사장을 포함한 30여명만 참석했으며, 나머지 구성원은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미팅으로 참여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최 회장이 SKT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 경영 현안과 미래 전략에 대해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첫 행보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최 회장 역시 아폴로 구성원들에 “오늘 이 자리는 SKT가 본격적으로(AI 기업으로) 전환하는 첫발을 떼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SKT의 무보수 미등기 회장이다.
최 회장은 이번 미팅에서 아폴로TF를 정규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인력과 자원을 대폭 보강하고, SKT뿐만 아니라 SK그룹의 정보통신 부문 역량을 아폴로에 결집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기술뿐만 아니라 게임·예술·인문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내외 전문가를 활용해 중장기적인 AI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관리할 수뇌부인 ‘미래기획팀’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아폴로는 SKT를 새로운 AI 회사로 전환하는 역할인 만큼 이를 계기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약속은 최 회장이 AI를 단지 SKT의 신성장동력이 아닌 SK그룹 미래사업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SAPEON(사피온) X220'. 사진=SK텔레콤
SKT 사내 조직에서 출발한 AI 반도체 기업 한국법인인 사피온코리아가 지난 1월 분사해 독립 기업으로 출범한 것도 최 회장의 AI 전략 중 하나로 지목된다.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사피온을 공개했다. AI 반도체는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의 핵심 두뇌에 해당한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딥러닝(심층학습) 연산 속도는 1.5배 빠르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80%에 불과하고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SKT는
SK하이닉스(000660)·SK스퀘어 등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와 ‘SK ICT 연합’을 꾸려 올해 1분기 중 사피온 미국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사피온 미국법인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
LG전자(066570)·삼성전자를 비롯해
KT(030200) 등도 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SK그룹도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상징적인 미팅으로 보인다”라며 “현재는 계열사별로 나눠진 AI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 당면 과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