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HMM(011200)이 지난해 9년치 영업손실을 한 번에 털어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도 고공비행 중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류 대란이 일어나면서 이에 따른 수혜가 이어졌고 올해도 장밋빛 전망 속에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며 몸값도 덩달아 치솟는 분위기다. HMM은 올해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되리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지만 주가 상승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 높은 몸값을 고려하면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MM은 전날 3만550원에 장을 마감하며 지난 14일 이후 처음으로 조정을 보였다. 전날까지 6일 연속 상승세를 탔던 HMM은 올해 최저점인 2만1900원에서 40%가량 상승하며 시가총액도 약 15조원대로 불어났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함부르크호. (사진=HMM)
이는 HMM의 지난해 실적 발표 이후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영향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HMM은 14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3조7931억원, 영업이익 7조37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15%, 652%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에 부채비율도 2020년 455%에서 지난해 76%로 낮아졌다. 2015년 HMM의 부채비율은 2499%에 달한 바 있다.
해상 운임 강세에 따른 예견된 호실적이었음에도 컨센서스를 웃돌면서 시장의 기대치를 키웠다. 이에 증권사 7곳이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상향 조정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8조778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추정치(7조1350억원)보다 23% 증가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 견조한 운임 지속과 이에 따른 연간운임 상향 조정으로 지난해에 이어 이익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연초 4조4000억원에 달하던 결손금을 전액 해소하고도 약 8000억원 가량 배당 가능 이익이 쌓인 것으로 추정돼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2년 물류병목현상은 2021년대비 완화되긴 하겠지만, 완전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워 컨테이너 시황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올해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16조원(16.3%), 영업이익 8조5000억원(15.3%)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실적 전망과 관련해 HMM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글로벌 운임 시황 자체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의 항만 적체가 지속되면서 아시아~미주 노선 운임 등이 상승했다”라며 “중국이나 미국 등 물동량이 많은 곳일수록 일부 셧다운만으로도 항만 적체가 이어지고 있고, 이게 언제 해결될지는 알 수 없어 운임 상승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HMM의 컨테이너 운임 추이 (사진=대신증권)
이 같은 호실적에도 HMM의 채권단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한국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은 높아지는 몸값에 이를 매각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HMM의 전신이었던 현대상선은 2013년 경영난으로 인해 재무구조 작업에 돌입한 뒤 2016년 7월 산업은행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후 HMM은 100여척의 선박을 이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컨테이너와 벌크화물을 해양 운송하는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민영화 절차를 위해 매각이 진행 중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HMM 지분은 총 40%에 달하는데 각각 20.69%, 19.96%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주가로 환산하면 각각 3조원에 이르는 만큼 총 6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이만한 유동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국내에 드문 만큼 규모가 있는
포스코(005490)나
현대차(005380)그룹 정도가 업계에서 언급되는 정도다.
최근 HMM 채권단이 경영추천위원회를 열고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086280) 사장을 신임 HMM 대표로 내정하면서 채권단이 HMM 매각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 내정자의 경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맡은 바 있는데, 향후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에 매각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HMM 인수에 나서겠다는 기업이 없고 채권단이 고려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점은 인수 가격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2020년 최저치를 기록했던 3월 23일 기준 HMM의 주가는 2190원으로 시총이 불과 1조709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의 시총과는 무려 1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여기에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이 보유한 전환사채(CB)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환사채의 경우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만약 채권단이 이를 주식으로 요구할 경우 HMM의 지분 84%를 넘게 산은(36.02%)과 해양진흥공사(48.29%)가 보유하게 된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전환사채가 영구채인 만큼 전부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시장에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결국 현재 HMM의 높아진 몸값과 경영권을 가진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 조원의 유동자산이 필요한데, 업계에서는 당장 이 가격에 매입에 나서겠다는 곳은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운업이 업황 개선으로 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영업손실을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라는 점이 문제다”라면서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거나 장기적인 물동량 상승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HMM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언제 어떻게 매각을 할지 전달된 바가 없어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 없다”라며 “글로벌 소비 패턴이 이커머스 시장으로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기업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