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코리안리가 신한라이프가 최대 5000억원 규모 공동재보험 거래를 위한 MOU(협정서)를 체결했다. (사진=코리안리)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내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제도)과 K-ICS(지급여력제도)를 앞두고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과거 고금리상품을 대거 판매했던 생보사는 금리변동에 따른 이차역마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금리위험 책임을 분담하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도입했지만, 보험사들의 니즈는 크지 않다. 공동재보험 외에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방법이 존재하고, 국내에 도입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공동재보험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을 도모하고자 했던
코리안리(003690)의 앞길이 막막해졌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0년부터 보험부채 구조조정 방안으로 공동재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공동재보험은 원수보험사가 위험보험료 외에 저축보험료 등의 일부를 재보험사에 출재하고 보험위험 이외 금리위험 등 다른 위험도 재보험사에 이전하는 재보험이다. 이를 통해 윈수사는 보험상품에 내재된 손실위험을 재보험사에 전가하고, 재보험사는 전가 받은 위험(보험료 또는 책임준비금)에 대해 원수사와 함께 책임을 분담하게 된다. 고금리상품을 보유한 원수사는 금리위험을 재보험사에 이전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공동재보험이 국내에 도입된 지 2년이 다 되고 있지만, 계약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작년 3월 ABL생명은 미국 재보험사 RGA재보험사와 국내 보험업계 최초로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유일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첫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로부터 반년이 더 지난 후다. 코리안리는 작년 12월 신한라이프와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거래를 위한 MOU(협정서)를 체결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IFRS17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으로 공동재보험을 선택하고 작년 6월부터 적합한 재보험사를 선정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라며 “과거에 판매했던 고금리 종신보험에 대한 금리와 부채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재보험을 체결했다”라고 말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으로 몸집을 불린 신한라이프가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으며, 다른 보험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왔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 바라 본 공동재보험에 대한 매력은 크지 않다.
보험사 입장에서 공동재보험의 목적은 IFRS17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떨어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함인데, RBC(지급여력) 비율이 안정적인 보험사는 굳이 공동재보험을 계약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작년 9월 말 기준 보험사 RBC비율을 살펴보면, △
삼성생명(032830) 311.3% △
한화생명(088350) 193.5% △교보생명 283.6% △농협생명 222.7% △신한라이프 298.4% 등으로 나타났다. 한화생명을 제외한 대형 생보사들은 안정적인 RBC 비율을 기록해 공동재보험에 대한 필요성이 없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RBC 비율이 높은 보험사의 경우 공동재보험 거래를 체결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라며 “RBC 비율이 낮다고 하더라도 채권 선도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어, 반드시 공동재보험을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FRS17과 K-ICS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금리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동재보험뿐만 아니라 채권 선도라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채권 선도는 일정 시점에 채권을 정해진 가격에 사고파는 것으로, 매입 시점에 현금 지출이 없고 금리 위험액을 줄여 재무건전성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 불안정하다고 생각되는 RBC 비율 200% 미만인 보험사는 △한화생명 193.5% △흥국생명 172.1% △KDB생명 188.8% △KB생명 195.5% △DB생명 155.3% △하나생명 162.6% △ABL생명 180.4%이다. 이들 중 자산 규모가 큰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정도다.
공동재보험을 고려할 만한 대형 생보사가 존재하지 않고, 국내에서 공동재보험이라는 제도가 생소하다 보니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모색하던 코리안리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원수사에서 공동재보험에 대한 니즈를 가지고 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코리안리가 앞서 제안을 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여기에 원수사 입장에서 외국계 재보험사와도 공동재보험 거래를 체결할 수 있어 코리안리 입장에서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에서 생소한 제도인 공동재보험은 기존 재보험과 달리 약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회사 간 포트폴리오 분석 등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점 등으로 인해 아직 공동재보험이 가시화되는 모습은 아니다”라며 “다수의 공동재보험을 체결한 해외 재보험사만이 가진 노하우가 있겠지만, 국내 유일 재보험사로서 원수사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고 협상 과정에서도 빠르게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은 코리안리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