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거래대금 증가와 투자은행(IB) 부문 호조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시현했지만,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명암이 갈렸다. 전통IB영역인 주식발행시장(ECM)의 경우 기업공개(IPO)와 유가증권 인수 등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금리인상과 파생·채권 부문에서의 리스크 관리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 까닭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약화된 투자심리와 감소된 유동성으로 인해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줄어든 가운데 세일즈앤트레이딩(S&T) 역량이 증권사 실적 방향을 결정할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은 6조62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4조2262억원)보다 56.8% 증가한 수준이다. 동학개미를 주축으로 주식 거래대금 증가세가 이어지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난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등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등장하며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문별로 보면 WM과 IB실적이 호조를 보였다. 특히 IB부문 수익(인수·주선 및 매수·합병,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이 총 2조9727억원으로 전년(2조4628억원)에 견줘 20.70% 뛰었다. 수수료 수익은 하나금융투자(증감률·-4.18%)를 제외하면
대신증권(003540)(76.45%), 삼성증권(59.27%), 한국투자증권(47.15%), 키움증권(31.01%) 등 9개 증권사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인수·주선(393억원) △매수·합병(920억원) 수수료 수익은 늘었지만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이 2983억원에서 2378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위탁매매 등을 포괄하는 수탁수수료는 5조542억원에서 5조6842억원으로 12.5% 늘었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31.81%), 메리츠증권(13.56%), NH투자증권(11.73%) 등 10개 증권사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실적 피크아웃(고점)에 대한 우려는 커진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회수 국면에서 증시거래대금이 감소하는 등 하방압력이 높아진 까닭이다. 실제 지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약 2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였던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폭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며 거래대금도 쪼그라든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트레이딩 부문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 인식과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축소 등으로 운용손익 감소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로 계상되는 수익은 주로 S&T 부문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통상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운용손익, 고유계정 운용손익 등이 포함된다.
예탁원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19%로 전월 말 대비 0.39%포인트 상승했으며 ELS 조기상환은 1조5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3.9% 감소하기도 했다.
고유재산 운용성과를 나타내는 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은 14조84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35% 떨어졌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증권을 제외하고 하나금융투자(-39.6%), 신한금융투자(-32.4%), 한국투자증권(-28.95%), 미래에셋증권(-27.87%) 등 대부분의 실적이 하락했다.
운용부문 실적 감소세는 하반기 들어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연결기준 운용 손익(처분 및 평가손익)과 이자수지가 1조2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늘었지만, 분기별로는 상반기 3429억원에서 3분기 2070억원, 4분기 1656억원으로 감소했다. 파생상품 발행 규모도 내림세를 그렸다. 특히 ELS와 DLS잔고는 각각 4조4000억원, 3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2.1%, 6.1% 감소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미래에셋증권의 운용손익 역시 2020년 9170억원에서 1조1743억원으로 늘었지만, 분기별로 보면 3분기 3998억원에서 3045억원으로 떨어졌다. 파생결합상품 발행 실적은 13조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의 ELS, DLS 발행실적 또한 9조3900억원으로 전기 대비 0.5% 줄었으며 삼성증권의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는 지난해 8262억원으로 전년(3287억원) 보다 2배 가량 늘었지만 작년 4분기의 경우 919억원으로 전분기(2386억원)에 견줘 급감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하반기 들어 금리상승으로 채권 평가 손익이 줄어들며 운용수익이 감소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비시장성 자산 평가손실 기저에 따라 전년대비 (수익은)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ELS나 파생부문은 수요 감소로 발행 실적이 감소했지만, 증권사마다 위험관리 기조 등에 따라 (발행 규모 등은)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확대 기조와 양적 긴축 우려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S&T와 IB부문이 증권업계의 실적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추경 논의와 인플레이션, 미국 기준금리 인상 횟수 증가 우려가 (국고채 금리에) 반영됐다”라면서 “증권사들의 채권평가손익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악화된 투자심리와 감소된 유동성으로 인해 거래대금 관련 모멘텀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외 딜과 구조화 금융 등 IB 부문의 성장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