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이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점차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법무법인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호사들이 적극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웅 변호사는 M&A, 경영권분쟁, 해외투자 및 외국인 국내투자 등에서 주된 업무를 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는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주(316140) 지분 10% 경쟁입찰에서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을 위한 매수 자문 업무에 참여했다. 경쟁입찰에서 일부 지분을 확보하게 된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국내 금융권에서 최초로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또, 중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과 싱가포르, 베트남, 북한 등 아세안마켓 전문가로서 국제거래에서 다양한 자문 업무를 경험했다.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다음은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법무법인의 M&A 자문 업무에 관해 설명해달라.
△기업 M&A 과정에서 변호사는 법률 자문과 계약서 작성, 각종 인허가 신고 업무 등을 담당한다. 보통 M&A 자문 변호사들은 기업이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클라이언트가 의사결정을 내린 후 업무에 필요한 자문사를 구할 때 딜에 참여한다. 딜이 정리되고 큰 그림이 완성된 후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변호사는 이미 주어진 구조 안에서 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각종 문서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제 변호사도 딜을 메이킹 하는 데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형 투자사나 증권사, 회계법인이 진행하던 일이었지만, 법무법인도 딜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M&A 시장에서 이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변호사 입장에서는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경영자에게 더욱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면에서 경영자는 판단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는 차별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년에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을 위한 매수 자문 업무에 참여했다. 과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매수 사례가 없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이전부터 우리은행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그 일환으로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매수 자문 업무도 진행하게 됐다. 이 자문의 경우, 금융기업의 최대 주주가 우리사주조합이 된 사례가 없다 보니 번거롭고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많은 신고와 보고 등에 있어서 해당 사안이 있는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가 특수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해석에 대한 여지가 열려 있었고, 이를 조율하는 것이 어려웠다. 예금보험공사 공개 입찰 당시 설정한 조건들이 있는데, 이때 우리사주조합과 맞지 않는 조건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 기업의 경우 상위 주주들에 대한 조건이 있지만, 우리사주조합은 해당 사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에도 애로사항이 있었다.
딜이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후속 업무가 남아 있다. 자본시장법이나 금융지주회사법에 지분이 변동했을 때, 보고 의무들이 있는데 현재 이를 준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분을 취득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고 규정된 법들이기 때문에 이를 우리사주조합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 현재는 후속 업무들을 하나씩 정리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M&A 자문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 2019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했던 업무가 있는데, 라임 관련 부실 사모펀드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바른에서는 ‘부실 사모펀드 대응팀’을 통해 해외 투자된 자금을 실사하는 업무를 집중적으로 했다. 이때 주로 했던 업무는 펀드의 구조를 파악하고 법적 권한을 확인한 후 투자된 돈이 얼마나 남았는지 등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실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올해는 남아 있는 자금을 찾아오는 부실 사모펀드 사후 관리 업무를 하게 될 것 같다.
최재웅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자문 업무를 진행할 때, 자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딜 관련 자문을 할 때 초기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딜이 발생한 뒤에 참여하는 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딜 발생 전부터 미리 컨텍을 늘려나가면서 초기 단계부터 클라이언트의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딜을 하는지 알게 되면 만약 그 딜이 드롭되게 되더라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딜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딜이 드롭되게 되면 그냥 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클라이언트가 뭘 원하는지 전 단계부터 많은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실제 클라이언트도 본인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문 변호사들은 클라이언트 질문에 대해 답변을 정리하는데, 질문의 의도와 목표를 명확히 알고 있으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답을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무법인도 많은 클라이언트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올해 국내 M&A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 시장을 보면 자금이 있어도 못 사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이 풀려 있다 보니 가격이 굉장히 비싼데도 그 호가대로 거래가 되는 상황이다. 올해 금융사들은 NPL(부실채권) 시장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자금이 일부 회수가 되고, 이자율이 계속 높아지다 보면 NPL들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회수해서 거래하고, 정리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할 것 같고, 이 시장도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싱가포르 등 아세안마켓의 올해 동향은 어떻게 보고 있나?
△먼저, 중국은 현재 한국 자금이 투자되는 경우가 별로 없고 대부분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보다 중국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다 보니 투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에 여러 가지 혜택을 주다 보니 중국 기업이 조인트 벤처나 합자회사 설립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한 거래가 아닌 기업을 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복잡하기도 하고 정리할 것도 많아 비율 자체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시장의 경우 싱가포르의 역할이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과 거래를 하면서 분쟁 해결지를 싱가포르 중재로 하는 경우가 있다. 싱가포르 중재를 받게 되면, 한국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해당 국가에 승인을 받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의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가 제3국으로서 법적으로 중립적이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많이 넘어가게 됐고, 다른 부수적인 서비스도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M&A 자문 업무를 하게 될 후배 변호사에게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
△변호사는 수동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제는 후배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클라이언트 친화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전문가가 있지만, 변호사에게 있어 '신뢰'는 아직 장점으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업무에 대해서도 지식 습득도 빠르다 보니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변호사 조언에 많은 비중을 두고 귀를 기울여 주는 것 같다.
최근 경영 환경은 경영자에게 여러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지고, 공격적인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다. 그런 측면에서 자문 변호사가 할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적극적인 마인드를 갖는다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한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