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세아베스틸(001430)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적잖은 잡음이 일고 있다. 이미 같은 업종인
포스코(005490)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섰던 만큼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설명되지만 한편으로는 구두상으로만 자회사 비상장 방침을 밝힌데 따른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데다 이미
세아홀딩스(058650)와
세아제강지주(003030) 양대 지주회사 구조라는 점에서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세아그룹 지배구조(세아베스틸 물적분할 후). 사진/세아홀딩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이베스틸은 다음달 25일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 존속회사 세아베스틸 지주와 분할 신설회사 세아베스틸을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안건이 가결되면 오는 4월1일 세아베스틸은 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로 분리된다.
이 같은 분할 방식을 두고 주주들 사이에서는 기존 회사에 대한 가치 희석으로 주주 가치 훼손을 의심하고 있다. 물적분할 후 사업회사를 상장시키는 경우 기존 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아베스틸 측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주력 자회사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IPO)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아베스틸은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은 주주 가치 보존을 다방면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세아베스틸 산하에 있는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10여개의 종속 기업들이 제대로 된 가치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주사 전환으로 특수 금속 소재(특수강,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생산 그룹으로서의 수평적 시너지 확대와 주주 가치 제고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쪼개기 상장' 없다는데…가능성이 언급되는 이유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만큼 향후 상장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물적분할 방식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친 포스코의 경우 정관을 통해 ‘포스코가 상장하기 위해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주주 총회 특별 결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정관 제9조를 신설했다. 이는 포스코가 상장을 위해선 기존 포스코 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세아베스틸은 이 같은 정관 추가는 하지 않고 구두 약속에 그친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특히 세아베스틸이 공시한 분할계획안에 따르면 신설회사인 세아베스틸이 가져가는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다는 점도 향후 사업 강화를 위해선 부족한 자금력을 동원하기 위해 IPO에 나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분할계획안을 보면 세아베스틸지주는 물적분할 후 1조8315억원의 자산을 취득하고, 세아베스틸은 1조3915억원을 가져간다.
자산만 놓고 보면 양쪽으로 잘 분배해 큰 차이가 없지만, 지주사인 세아베스틸지주는 부채를 2627억원만 부담하고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이 가져가는 부채는 7691억원에 달해 부담이 더 크다. 이에 세아베스틸의 부채비율은 123.5%로 위험 수준으로 보는 200%를 넘진 않지만, 기존에 부채비율이 84.9%에 그쳤다는 점과 비교하면 크게 상승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철강 산업이 호황을 맞아 세아베스틸의 영업이익률은 6.76%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만큼 실적 변동에 따라 투자금 마련을 위한 재원 확보도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오히려 인적분할을 통한 전환의 경우 일부 기업이 최대주주나 오너 일가가 지분 가치를 높이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라며 “여러 방안을 고민해 주주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사진/뉴시스
물적분할, 장기적인 계열분리 위한 작업?
세아베스틸의 물적분할 안건은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예측된다. 물적분할 안건은 특별결의 대상으로 출석한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최대 주주인 세아홀딩스가 세아베스틸의 지분 61.72%를 보유하고 있어 주총에서 관련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세아베스틸을 지주사로 분할하는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는 세아그룹의 계열 분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세아그룹은 이미 특수강 중심의 지주회사 세아홀딩스와 강관 중심의 지주회사 세아제강지주 등 2개 지주회사 체제가 확립돼 있는데 굳이 세아베스틸을 나눠야 하냐는 것이다.
현재 고(故) 이운형 선대회장의 아들 이태성 사장이 세아홀딩스를,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의 아들 이주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를 이끌고 있다. 둘은 사촌 관계로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은 세아베스틸 물적분할의 키를 쥐고 있는 세아홀딩스 지분을 35.12% 보유하고 있고,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역시 세아홀딩스 지분 17.95%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세아베스틸 물적분할을 계기로 양대 지주사 중심의 오너 3세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고 향후 이순형 회장이 퇴임한 후 세아그룹 회장직 승계를 대비해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운형 회장의 타계 직후 계열 분리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LG처럼 독립하기 위해서 여러 가능성을 만들어 두는 것 아니겠냐”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세아홀딩스는 양사의 지속성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글로벌 마케팅이나 영업활동도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가 함께 진행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고, 협업을 통해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를 하고 있어 계열 분리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물적분할이 양대 지주사의 지분 구조나 경영권, 계통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라며 “오너 3세분들도 공식 석상에서 계열 분리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등 각 지주사의 대표이사로서 책임 경영을 추진해 가고 있는 만큼 계열 분리와는 전혀 관련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