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부동산자산운용업계 강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배구조 체제를 재정립하며 본격적인 외연 확대에 나섰다. 기존 부동산에 특화한 자산운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괄하는 인프라 부문을 신설하고, 공간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수익 다각화를 실현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그동안 이지스자산운용을 진두지휘해온 조갑주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새로운 체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14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11일 지배구조내부규범 개정 공시를 통해 이사회 구성을 일부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지스자산운용 이사는 기존 10인 이하에서 ‘3인 이상 12인 이하’로 개정됐으며, 사외이사의 수는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 제12조(이사 총수의 4분의 1로 3인 이상)’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화했다.
이번 규범 개정은 경영지원 부문대표이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조갑주 전 대표가 지난해 말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데 따른 것으로, 경영진 체제 변화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전 대표의 경우 임기가 2023년 4월까지로 남아있었지만, 신사업추진단장으로 물러나 신사업을 구상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빈 자리는 신동훈 국내자산관리(KAM)부문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등기이사)를 이어받으며, 경영지원 부문대표는 이규성 대표이사가 겸임한다. 이와 함께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달 국내투자와 개발투자, 프로젝트금융투자 등을 담당하는 복준호·정석우 투자 부문대표의 연임도 결정했다. 이로써 이지스자산운용은 이규성·강영구·신동훈 공동대표이사와 복준호·정석우 부문대표 체제를 완성했다.
이들은 선임관리자(시니어 매니징 파트너·Senior Managing Partner)로서 각 부문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이 밖에 키움투자자산운용 컴플라이언스팀장 출신의 이용우 이사를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로 임명하고, 신임 사외이사로 김강욱 전 대전고검 검사장을 선임하는 등 이사진도 늘렸다.
이지스자산운용 조직도. 출처/이지스운용
조직 진영도 새롭게 구축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이달 초 인프라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7개 부문체제에서 투자·인프라·캐피털마켓·리츠·AI·해외자산관리(GAM, Global Asset Management)·국내자산관리(KAM, Korea Asset Management)·경영지원 등 8개 부문체제로 개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문별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문화 확립 등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다. 신설된 인프라 부문은 복 대표 지휘 아래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투자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이지스 데이터 연구소(D-lab)’를 신설했으며, 공간콘텐츠실과 미래전략센터는 전사조직으로 분리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한 복안이다.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한 높은 집중도와 고유자금투자 확대는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될 경우 호텔 투자펀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하방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 보건 체계도 강화되면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시장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해 부동산펀드 운용 위주의 집합투자업자로 업계 상위권의 수탁고와 이에 기반한 이익창출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고유자금투자 확대와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한 높은 집중도는 부담요인으로 지목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이지스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더한 운용자산(AUM, 펀드수탁고·투자일임계약고)는 22조1264억원으로 전년동기(18조3204억원) 대비 20.7% 증가했다. 부문별로 보면 부동산(21조590억원)이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파생형(6038억원) △증권(재간접·2658억원) △특별자산(1594억원) △혼합자산(384억원) 순으로 나왔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해 "고유재산 투자에 따른 손익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환매가 어렵고 만기가 긴 부동산펀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신규 펀드 설정 지연에 따른 이익감소와 직접투자지분의 손상인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타 자산운용사가 펀드운용으로만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달리, 이지스자산운용은 이익누적과 증자로 조달한 자금과 차입을 통해 부동산 집합투자증권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라며 “집합투자증권의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배당이나 매각차익 수취로 수익규모가 확대될 수 있으나, 평가손실과 원금손실 가능성이 상존한다”라고 진단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 전 대표의 경우 대표 이사직은 내려놓고 미래전략 등을 고민하게 된다"면서도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견은 개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규범 개정이 됐다고 해서) 당장 추가적인 이사 선임 여부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면서 "시니어 매니징 파트너(SMP) 등을 통해 효율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구축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