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농협생명, 신한라이프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농협생명이 신한라이프와 벌이던 생명보험 업계 4위 경쟁에서 무릎을 꿇었다. 총자산 규모 5위를 차지한 농협생명은 덩치뿐 아니라 수익성이나 건전성 부문에서도 신한라이프에 밀린 데다 수입보험료 구성에서도 저축성보험 비중이 압도적이라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생명보험 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총자산 규모는 65조8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이는 국내 23개사 생보사 중 5번째로 큰 수준이다.
그동안 농협생명은 빅3라 불리는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에 이어 4번째로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였지만, 작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으로 탄생한 신한라이프가 자산 규모 71조 1026억원을 기록해 자리에서 밀려나게 됐다.
당기순이익 부분에서도 농협생명은 신한라이프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 말 기준 농협생명은 1142억원, 신한라이프는 1959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농협생명 0.23%, 신한라이프 0.78%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 평균인 0.42%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아직 보험 영업력에서는 농협생명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농협생명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한 4조5529억원을 기록했고, 신한라이프는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조833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은 농협생명이 6.1%를 차지해 신한라이프를 단 0.7%p 차로 간신히 따돌렸다.
다만, 보험료 구성을 보면 저축성보험이 59.8%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보장성보험은 40.2%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내년 도입되는 IFRS17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저축성보험보다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보장성보험에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농협생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한라이프는 합병 전인 신한생명 시절부터 일찍이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보험료 구성에서 보장성보험이 63.3%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저축성보험은 25.1%에 그친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과거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했기에 수입보험료 비중에서 저축성보험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지만, 단기간 안에 급격한 성장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 비율에서도 농협생명은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작년 9월 말 기준 농협생명은 전 분기 말 대비 8.6%p 하락한 222.7%를 기록했지만, 신한라이프는 전 분기 말 대비 54.9%p 상승한 298.4%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농협생명이 지난 2020년 만기보유증권 31조5793억원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기 때문이다.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은 시장가치로 평가돼 금리 하락 시에는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증가로 RBC 비율이 상승하지만 금리 상승 시에는 평가이익 감소로 RBC 비율이 하락해 건전성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농협생명은 채권 재분류 후 금리가 상승하면서 RBC 비율이 이전보다 감소했지만, 시가에 따라 부채를 평가하는 IFRS17의 선제 대응하는 차원에서 채권 재분류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가 합병을 완료한 후 적극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서는 점도 위협 요인이다. 작년 11월 말 기준 농협생명이 보유한 계약 건수는 총 522만건으로 금액은 117조2449억원이었다. 신한라이프는 661만건을 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금액도 193조2338억원으로 더 컸다. 여기에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모바일 기반 플랫폼 운영을 통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 ‘신한큐브온’ 출범을 앞두고 있다.
농협생명도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출격을 준비 중이다. 올해 1분기 중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를 준비하고 있고, 오는 3~4월 중에는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은 TM(전화 판매) 채널과 모바일 청약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상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작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으로 신한라이프의 자산 규모가 커졌지만, 농협생명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기보다는 IFRS17 도입에 대비해 내실 있는 성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보장성보험 판매를 강화하고, 법무팀을 신설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