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두산퓨얼셀(336260)이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 공략에 불을 붙였다. 연료전지 개발과 실증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간 다양한 조선사와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실증 준비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선박용 연료전지가 2025년 이후 두산퓨얼셀의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7일 쉘(Shell),
한국조선해양(009540)(KSOE)과 손잡고 친환경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실증에 나선다고 밝혔다. 두산퓨얼셀을 이를 위해 양사와 ‘선박용 연료전지 실증 협력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향후에는 선박의 실소유자인 ‘선주’와 선박의 등급을 책정하는 ‘선급협회’도 해당 컨소시엄에 포함할 예정이다.
선박용 연료전지는 수소·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원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고효율 발전원으로, 기존 동력보다 발전 효율이 약 40% 이상 높다. 황산화물(SOx)·질소산화물(NOx) 등 오염물질의 배출도 적어 친환경 동력으로서 다양한 기업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왼쪽)와 심우승 한국조선해양 상무가 ‘선박용 연료전지 공동개발’ 업무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두산퓨얼셀
3사의 이번 협력의향서 체결은 지난해 3월 한국조선해양과 맺은 업무협약(MOU)을 발전시킨 성과다. 두산퓨얼셀은 현재 개발 중인 중저온형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 SOFC)를 적용해 △선박용 SOFC 시스템 개발 △선박용 SOFC 제조와 공급 △선박용 SOFC 서비스 지원 등을 수행할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용 SOFC 설치 △선박 SYSTEM 수정·통합 작업을 맡는다. 글로벌 에너지·석유화학 기업인 쉘은 컨소시엄에서 △선박의 발주와 관리 △선박 운영 △선박용 SOFC 실증 프로젝트 관리 등을 담당할 계획이다. 3사는 600kW 선박용 SOFC를 보조동력장치 (Auxiliary Power Unit, APU)로 장착한 선박을 1년 이상 실제 무역항로에서 운행하면서, 시스템을 최적화해 나갈 예정이다. 두산퓨얼셀 측은 “이번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2024년까지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선급 인증을 완료한 후 2025년에는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두산퓨얼셀의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 사업은 지난 2020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 두산퓨얼셀은 △SOFC 핵심 부품인 셀과 스택의 국산화 △2024년 한국형 SOFC 시스템 국내 양산 등을 목표로 한 한국형 고효율 SOFC 개발 계획을 밝혔다. 같은 해 11월에는 글로벌 선사 나빅8(Navig8)과 친환경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을 위한 MOU를 맺고 SOFC를 나빅8이 발주할 5만t급 PC선에 탑재, 성능을 점검하기로 했다.
두산퓨얼셀이 이처럼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에 역량을 쏟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 때문이다. 조선 업계에서는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 규모가 2025년 60MW에서 2030년 600MW로 10배 성장할 것으로 본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의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엔진을 연료전지로 전환한다면, 2050년까지 총 300GW 규모의 선박용 연료전지 발주가 예상된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IMO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따라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도 IMO 4단계(200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 목표)가 적용되는 2030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형락 두산퓨얼셀 사장은 “이번 3사의 협력은, 두산퓨얼셀의 선박용 연료전지 사업에 속도를 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이라며 “2024년에는 발전용 SOFC, 2025년에는 선박용 SOFC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해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