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 롯데·현대·신세계, 온라인 방향성 ‘각양각색’파죽지세 이커머스, 수익성 확보 어려워…지속성장 ‘글쎄’소비자와 직접 대면…ESG 중에서도 Social(S) 주목해야
금리 인상기 도래 속에 자금조달에 관심이 높아진 기업들이 신용도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034950)는 1983년 설립돼 기업의 금융상 채무(기업어음, 회사채 등)에 대한 적기상환 능력을 평가하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신용평가를 통해 기업·사업부문의 사업성평가 등을 수행하고 있다. 총괄적인 사업성평가 서비스, 딜 관련 가치평가와 관련된 풍부한 용역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며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한국기업평가의 주요 연구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각 섹터별 국내외 전망을 살펴봤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는 유통산업은 경기 흐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유통채널 시장에는 그야말로 ‘대변혁’이 일어났다. 해외여행 붐을 타고 고성장을 이루던 면세업이 하루아침에 침체 늪에 빠진 반면 자산 가치 확대와 보복 소비 여파로 백화점은 유례없이 고성장했고, 이커머스는 오프라인을 집어삼킬 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본격적인 위드코로나 변곡점이 될 올해에도 업종별 뚜렷한 온도 차이가 예상된다. 우선 편의점은 등교와 재택근무 등이 풀리면서 학교와 유흥가 등 거점 매장 방문객 수가 회복됨과 동시에 심야 고객 증가로 단계적 일상 회복의 가장 큰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할인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은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여전히 유지하겠지만, 비식품 소비가 온라인으로 대폭 이동돼 큰 폭의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따른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할인점이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수요를 위한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로 전환해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가 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 출처/한국기업평가
다음은 최한승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소매유통 소비심리 변화가 궁금하다. 금리 인상과 함께 가계부채 부담, 인플레이션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와 백신 확대 및 일상 회복으로 소비지표가 개선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선다. 어떻게 보는가?
△각종 변이 출현으로 가변성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들도 오랜 기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쌓아온 학습효과로 변이 출현과 확진자 수 급증 등에 따른 혼란은 과거 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비심리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위드코로나에 따른 외출, 여행, 외식 수요 증가로 가계 자금이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소매시장 성장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코로나시대, 유통업계 3대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현대·신세계’가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의 향방은?
△세 그룹의 방향성이 워낙 다르다. 우선
신세계(004170)그룹 내에서도
이마트(139480)는 온라인으로의 채널시프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할인점의 매출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등 소매유통에 생사가 달려있어 간절함이 크다. 그러다 보니 이커머스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그룹이지만 신세계는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라는 패션 콘텐츠도 갖는 입장이라 조금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롯데는 유통, 케미칼, 호텔, 음식료가 큰 축이다. 2020년
롯데케미칼(011170)과
롯데쇼핑(023530), 호텔 등 대부분 상황이 안 좋아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채권 시장 쪽에서 조달을 많이 하는 편이라 금리 등 때문에 신용등급이 중요하다. 분명 이커머스 진출 의지는 있지만, 재무부담 등을 고려하여 크게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따라가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현대백화점(069960)은 콘텐츠 쪽에 투자하며 오프라인을 보강하고 있다. 경쟁업체가 이커머스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현대백화점은 가구, 홈인테리어, 패션과 같은 콘텐츠 확보와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들 세 그룹의 방향성 중 어떤 전략이 효과적일까?
△현재 시점에서 업체별 사업전략의 우열을 가리기는 이르다고 판단된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의 경우 재무부담 확대와 사업적 시너지 창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보수적인 투자는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 약화로 시장에서의 도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커머스는 ‘만성적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벌크업과 수익성 중에 어디에 초점을 맞추는 게 효과적일지? 두 마리 토끼 다 잡는 방안이 있다면.
△이커머스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수익성이 달성될 수 없는 시장이다. 이는 오프라인 대비 진입장벽이 매우 낮고, 가격 소구력과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인 온라인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볼륨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 수익성이 소폭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확보된 고객 DB와 이커머스 역량 등을 활용한 수익원을 개발하지 않는 한 이커머스 사업만으로는 힘들지 않을까 본다. 실제 미국 아마존도 매출은 유통(3P, 오픈마켓)부문의 비중이 크지만, 실질적인 수익창출원은 클라우드 서비스(AWS)다.
-이커머스가 성장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몸값이 ‘거품’이라는 시각이 있다. 거품론에 대한 생각은?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소비패턴 변화와 쿠팡 상장 등으로 이커머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 창출력이 현저히 낮음에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기업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필수다. 그러나 지금까지 온라인 침투율을 고려할 때 향후 이커머스가 성장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커머스 시장의 특성상 저마진 경쟁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거품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쿠팡,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등 다양한 경쟁자가 존재하지만, 미국은 아마존이 승자독식 구조다. 향후 국내도 업계가 재편될까?
△전체적인 소매유통 시장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지리적 접근성이 차이가 있어서 승자독식 구조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오프라인 기업들과 쿠팡, 네이버(
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세 구도로 갈 것 같다. 이커머스로만 보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검색과 메신저에서 독점적 시장 지위를 갖기 때문에 이커머스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응할 만한 락인(Lock-in)효과를 갖긴 쉽지 않다고 본다.
-유통채널에서 ‘ESG’ 중요성이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현 상황을 짚어본다면?
△그동안 유통업계 ESG는 패키징 등 친환경에 많이 집중되어 왔다. 그런데 따지고 소매유통 업종에서는 사회적(Social, S)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본다. 고객을 상대하는 상업이기 때문에 제품 품질과 브랜드이미지 등이 소비와 직결되고 있어서다. 가령 요즘엔 정보가 모두 오픈된 만큼 하청이나 협력업체 등과 관련해 마찰이 생기거나, 물류센터 노동문제 등이 발생하면 소비자 불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런 부분을 잘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ESG와 맞물려 기업들이 너도나도 ‘환경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그린워싱(친환경위장)’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공신력을 갖춘 공인 기관으로부터 ESG와 관련해 인증을 받는 게 사실 가장 좋다. 다만 ESG가 떠오른 지 오래지 않아서 인증 기간조차도 아직 출범한 지 1~2년밖에 안 된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도 80년대에 출범했지만, 실질적으로 인정받은 건 설립 20년이 지나고 난 이후였다. 결국, 이러한 인증서비스가 좀 더 정교하게 체계화되고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