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배터리 업체들이 렌터카 업체들과 손을 잡으며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량용 배터리 생산 업체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 직접적으로 배터리를 판매하는 것이 당장의 중요한 목표지만, 넥스트 단계에서는 렌터카 업체들이 보유한 데이터가 미래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배터리 정보 확보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모습. 사진/뉴시스
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SK온(물적분할 전
SK이노베이션(096770))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LG엔솔) 등이 배터리 성능 개선과 더불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렌터카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터리 생애주기 솔루션(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BaaS란 배터리 대여부터 교환·수리·충전, 재사용·재활용 등 배터리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배터리 잔량과 안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전기차 사용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BaaS 생태계 강화는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끝난 후 에너지저장장치(ESS)로도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인 재사용 배터리 공급으로 이어지게 되고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ESG경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4월 LG에너지솔루션은 렌터카 업계 1위 브랜드 롯데렌터카를 보유한
롯데렌탈(089860)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4000대가량의 전기차를 대상으로 배터리 상시진단 관련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오는 3월부터 롯데렌탈 전기차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파일럿테스트(시험)를 진행하고 해당 전기차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확보한다.
롯데렌탈은 배터리 상시진단·평가·인증, 긴급 충전 서비스, 전기차 정비 서비스 차별화 등의 시험을 진행하고 확보된 전기차 배터리 데이터를 LG엔솔에 제공한다. LG엔솔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터리 용량과 안전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배터리 평가 인증서를 발급해 준다. 이를 통해 배터리 안전 진단을 거친 전기차는 향후 고객들에게 제공해 사용 편의성은 물론 향후 매각 시 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LG, SK 본사. 사진/뉴시스
마찬가지로 SK온도
SK렌터카(068400)와 협업을 통해 BaaS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렌터카는 지난해 4월 SK온과 배터리의 실시간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했다. 실제 주행하는 렌터카용 전기차에 적용해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배터리 상태변화에 따른 수명을 예측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AI)으로 배터리를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시스템을 개발해 배터리 잔존 가치를 늘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LG엔솔과 SK온 등의 배터리 생산 업체들이 렌터카 업체와 손을 잡는 데는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에 배터리를 공급하지만, 이 완성차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소유권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렌터카 업체들과 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렌터카 업체들은 차량을 고객들에게 렌탈 형식으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보니 전기차에서 확보되는 데이터의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 때문에 BaaS나 배터리 경쟁력 확대가 절실한 LG엔솔과 SK온의 경우 렌터카 업체들의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는 배터리 업체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향후 전기차 관련 신사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렌터카 사업과 연관된 중고 전기차 판매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시장, 교체형 배터리 유통 사업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2021년 4분기 렌터카 유종별 대수. 사진/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
전기차 렌터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렌터카는 99만7176대로, 이중 전기차의 렌터카 등록대 수는 3만485대로 집계됐다. 전체 렌터카 등록대 수에서 전기차는 2020년 1.7%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1%까지 늘어나며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배터리 업체와외 협업은 향후 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위한 로드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라며 “아무래도 완성차 업체에 비해 데이터 확보가 유리한 부분이 있고, 장기적으로 전기차의 배터리는 탈부착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여 다양한 사업모델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배터리 업체들은 장기적인 BaaS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투자도 나서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7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이는 LG엔솔의 전기차 배터리 등 BaaS 사업과 연계한 모빌리티 경쟁력 확보로 읽힌다.
SK도 지난해 8월 2932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시그넷이브이의 지분 55.5%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시그넷이브이는 미국 시장에서 초급속 충전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역시 SK온의 배터리 관련 사업 역량 강화와 더불어 BaaS 사업을 위한 전략적 인수로 평가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데이터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전기차 보급이 정점에 이르면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 사업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당장은 렌터카 업체들과의 협업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해 배터리 경쟁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