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지주(267250))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009540)이 설 연휴 동안 총 7000억원 이상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발에도 흔들림 없이 실적 회복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월28일부터 2월2일까지 유럽 소재 선사 3곳·오세아니아 소재 선사 1곳과 총 7040억원 규모의 선박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으로는 △1월28일 유럽 선주와 1038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2척 계약 △1월31일 유럽 선주와 729억원 규모 LNG 벙커링 선 1척 계약 △2월1일 유럽 선주와 3219억원 규모 LNG추진 로로(Roll-on & Roll-off)선 2척 계약 △2월2일 오세아니아 선주와 2054억원 규모 컨테이너선 4척 계약 등 총 4건의 수주를 따냈다.
현대미포조선이 국내 최초로 건조해 지난해 10월 선주사에 인도한 LNG추진 로로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이번에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2800TEU급이며, 로로(Roll-on & Roll-off)선은 2만4000t급이다. 로로선이란 선박의 선수미(船首尾)나 선측(船側)에 입구를 설치해 컨테이너를 싣거나 내릴 수 있도록 만든 배다. 특히 이번에 공급하는 로로선은 친환경 LNG추진선으로, 두 개의 LNG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한 쌍축선(Twin Skeg)이다. 쌍축선은 2개의 프로펠러에 추력을 분산시켜 단축선에 비해 연비 효율이 높다. 이에 더해 680kWh(킬로와트시) 배터리 2개를 장착, 항구 입출항 시 연안에서의 유해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함께 수주한 LNG 벙커링선은 1만2500㎥(입방미터)급으로, LNG 이중연료발전기 3대와 전기추진 스러스터 4기가 탑재된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추진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아지무스 스러스터(Azimuth Thruster)를 장착해 LNG추진선에 연료를 공급할 때·좁은 항만에 접근할 때 등 위험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해당 선박들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오는 2023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이 이어졌지만, 현대중공업그룹에 있어 이번 대형 수주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불발로 끝나면서 흑자전환과 실적 개선이 더욱 간절해졌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도보다 1062.77% 가까이 줄어든 –7163억원으로 추정했다.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감소하면서도 744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었으나, 지난해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당기순이익도 –5770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계속되는 수주 랠리와 선박 단가 상승으로 올해 한국조선해양이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종의 수익성은 올해를 기점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지난해 수주한 선박 단가가 지난 2020년 대비 높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이번 수주총액 역시 2조792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매출의 약 25.21%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조선해양이 공을 들이고 있는 LNG 관련 선박의 기술력과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이번 수주로 검증되면서, 향후 공급 계약의 기회가 더욱 늘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조선해양 측은 “친환경·고효율 선박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라며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