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요즘 임플란트 회사 재무팀장의 횡령 사건으로 시끄럽다. 횡령 금액만 2215억원이라는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서울의 한 구청 직원이 115억원을 횡령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일은 내부통제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횡령 자체도 문제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난 내부통제제도가 더 큰 문제다. 이러한 내부통제제도 문제의 대표적인 예가 1995년 베어링스은행(Barings Bank)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던 닉 리슨(Nick Leeson, 당시 28세)이라는 한 직원의 무모한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베어링스은행이 13억 달러의 손해를 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1762년 설립되어 233년의 전통을 가진 영국 베어링스은행이 파산하게 된다. 이 사건은 영화 “겜블(Rogue Trader, 1999년)”로도 만들어져서 더 유명해졌다. 이 사건은 닉 리슨의 무모한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대한 적절한 승인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등 내부통제제도의 문제로 발생한 사건이다.
임플란트 회사 재무팀장의 횡령 사건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 이 사건을 계기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성을 더 인식해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내부통제제도의 목적 중 ‘재무정보의 신뢰성 제고’와 관련된 부분으로서 내부통제제도의 일부다. 이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혹자는 이번 사건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 역할을 못했으므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성을 더 인식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재검토하기 위하여 회계법인에게 컨설팅을 요청하는 회사가 최근에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둘째, 이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왜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일부에서는 해당 회사가 2020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 대상에서 ‘감사’ 대상으로 인증수준이 강화되었는데도 이러한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을 예로 들며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 무용론을 주장하는데 이는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기업의 부정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점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중요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적정하게 설계되어 운용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는 꼭 필요하다. 또한 이 사건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를 기중에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기중에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셋째, 언론에서 횡령 금액 2215억원이 해당 회사의 2020년말 자기자본 2048억원보다 크다는 것을 지적하며 횡령 금액이 매우 큼을 얘기지만 이는 적절한 비교가 아니다. 먼저 2020년 말보다는 가장 최근의 공시자료인 2021년 9월 말의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편 자기자본은 장부상의 금액에 불과하므로 횡령 금액을 자기자본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며, 회사의 현금과 예금 등 단기간 내 조달가능한 현금성자산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즉, 횡령 금액이 회사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주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회사의 2021년 9월 말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인 2062억원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다른 금융자산 중 단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이 있다면 그 자산을 포함해서 횡령 금액과 비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또한 횡령 금액도 중요하지만 횡령 금액에서 회수가능한 금액을 제외한 ‘순수 횡령 금액’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넷째, 이 사건은 감사나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사(위원회) 산하에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를 설치하고,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진상이 밝혀지면 회사 임직원의 책임 문제, 회계법인이나 감독기관의 책임 문제 등도 철저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여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소액주주, 채권자, 소비자, 임직원 등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