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수도 이전 법안 통과…자바섬 자카르타서 보르네오섬으로롯데케미칼 "라인 프로젝트, 수도 이전 영향 없을 것"기존 타이탄 공장 살려 건설···"행정력보다 효율성이 중요"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최근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 법안이 통과되면서,
롯데케미칼(011170)이 라인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반텐주와 수도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지게 됐다.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이 롯데케미칼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롯데케미칼은 행정력보다 해당 부지 자체에 초점을 맞춰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고 설명한다.
인도네시아 의회가 수도를 자바섬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동부로 옮기는 법안을 가결했다. 빨간 원은 롯데케미칼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반텐주. 사진/구글맵
28일 산업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수도 이전을 위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지난 2019년 8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신수도 부지를 발표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새로운 수도의 이름은 ‘열도(列島)’라는 뜻의 ‘누산타라’다. 누산타라는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이 아닌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 지역에 건설된다.
정글 지역을 466조루피아, 우리돈 약 38조8644억원을 투입해 개발, 서울 면적 4배 넓이(2560㎢)의 신도시를 만든다. 새 수도가 완성되면 약 15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4년부터 자카르타의 정부청사를 이전해 2045에는 수도 건설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 균형 발전과 도시 환경 개선을 위해서다. 인도네시아는 약 1만700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총인구의 56%가 자바섬 한곳에서 거주한다. 자바섬은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수도 자카르타는 교통 체증과 인구 집중으로 인한 슬럼화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카르타 북부 지역의 지반 침하로 홍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수도 이전의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이 자카르타 서부 반텐주(州) 찔레곤 지역에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 중인 롯데케미칼에는 불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과 합작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찔레곤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LINE)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단지가 건설되면 연간 에틸렌 100만t, 프로필렌(PL) 52만t, 폴리프로필렌(PP) 25만t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생산 제품에 하류 제품까지 더한 매출 추정액은 연간 20억6000만달러, 우리돈 2조4000억원이다.
지난 7일 인도네시아 투자부와 롯데케미칼 등 라인프로젝트 참여사들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사진/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투자부는 지난 7일 롯데케미칼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라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과 상업 생산을 위해 △원료 수입 관세 인하 △공장 건설용 설비·기자재 수입 관세 면제 △세제 혜택 강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도 이전으로 롯데케미칼 공장 단지와 정부 기관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소통에 차질이 생겨 제대로 지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의 우려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지를 선정할 때부터 행정력이 아닌 부지 자체의 가치를 보고 선정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라며 “국내에서도 석유화학 공장과 서울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부지 선정에는 연료의 원활한 수급과 안정적인 생산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9년 전부터 수도 이전을 논의해 온 것처럼,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2018년부터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단지 건설을 계획해왔다. 수도 이전 가능성과 그로 인한 영향을 이미 파악한 상황에서 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는 얘기다.
롯데케미칼타이탄 말레이시아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인도네시아 내부의 수도 이전 움직임을 파악하고도 자바섬 반텐주에 공장 단지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지난 2010년 인수한 타이탄케미칼(현 롯데케미칼타이탄)의 공장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동남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사인 타이탄케미칼을 인수했는데, 이때 타이탄케미칼은 이미 인도네시아에 폴리에틸렌(PE)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지화와 효율성, PP·에틸렌 공장 등과의 연계성,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해 반탄주 찔레곤을 그대로 라인 프로젝트 부지로 선정했다는 것이 롯데케미칼의 설명이다.
라인프로젝트에서 16억3200만달러 규모의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하는 롯데건설도 지난 2018년 이미 자카르타 중심상업지구에서 아파트와 오피스 등을 건설하며 현지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 2월부터는 민·관협력팀인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지원 팀코리아’의 일원으로도 활동해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수도 이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전한 정부청사 인근에 사무소를 설치해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라며 “수도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