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0억에 미니스톱 인수…적정 vs 고가 시선 엇갈려양사 수익성 매우 낮아…미니스톱 점포 흡수해 효율화 필요커머스와 넓은 매장을 활용한 차별화 서비스 성과가 관건
출처/세븐일레븐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롯데가 ‘미니스톱’에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하며 새 주인 자리에 올랐다. 유통 부문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업계 3위 세븐일레븐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모두 실적이 ‘하락세’라는 점에서, 브랜드 통합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최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4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롯데는 미니스톱 인수와 관련해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돌연 본입찰에 뛰어들며 협상테이블이 반전됐다. 앞서 롯데는 2018년 미니스톱의 인수 협상을 벌이다 딜이 어그러진 경험이 있는데, 결국 두 번째 도전 끝에 가족이 된 셈이다.
문제는 당시와 현재 몸값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미니스톱은 국내 편의점 1세대로 불리지만 최근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매출을 살펴보면 2017년 1조1852억원 정점을 찍고 지난해 회계연도(2020년3월~2021년2월) 기준 1조785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은 2015년 132억원 수준에서 2016년 34억원→26억원→46억원→2019년 27억원, 2020년(2020년3월~2021년02월)에는 (-)14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 때문에 당초 시장에서는 미니스톱의 몸값을 2000억원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마트(139480)(이마트24)와 사모펀드 역시 2000억원대 가격을 써냈다고 알려진다. 3000억원 이상을 배팅한 롯데가 미니스톱을 다소 비싸게 산 게 아니냐는 시선이 짙은 이유다.
재정도 넉넉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지주(별도) 현금성 자산은(현금, 기타금융자산 포함) 9500억원이다. 여기에 연간 1500억원 수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고려하면 1년간 1조1000억원 수준을 가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갚아야 할 유동부채 단기성 차입금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등 당장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현재 롯데는 구체적인 양도 플랜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자금 3300억원을 롯데지주가 전액 부담이냐 혹은 코리아세븐과 비중을 나눌 것인지부터 자금 납입 시점 등을 계산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선 지주가 계약한 다음, 언제 어떻게 계열사로 양도할지는 결정한 게 없다"면서 "그때쯤이야 재무적 내용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니스톱 인수금액에 대해서는 “(미니스톱이) 식품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 보니, 우리와 시너지 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부적으로 적정한 가격이라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롯데는 전체 매장 수가 늘어나는 만큼 상품소싱과 물류, 제품개발 등의 측면에서 비용 효율화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코리아세븐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18년 1.1%→2019년 1%→2020년 –0.2%(적자)→2021년 3분기(누적) 0.09%다. 미니스톱은 2018년 0.39%→0.24%→2020년 -1.32%(적자)로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동종업을 전개하는
BGF리테일(282330) CU와
GS리테일(007070) GS25의 영업이익률이 2~3%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갭이 큰 상황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미니스톱 점주들을 얼마나 흡수할지도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미니스톱을 신규 개점한 매장 수는 2018년 313개→300개→330개지만, 같은 기간 폐점 매장 수(계약종료·해지 점포 포함)는 169개→253개→243개에 달했다. 한해 신규 개점 수 대비 폐점 매장 수가 54%→84%→74%에 달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점주들을 흡수하기 위해 가맹비 할인 폭을 확대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전개한다면 수익성이 되려 하락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이에 더해 만약 지주와 함께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 인수자금을 일정 부분 부담하게 된다면, 재무 압박은 더욱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21년 3분기 기준 코리아세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405%, 44%에 달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바이더웨이 인수 당시에 효과가 컸는데, 이번에도 점포 수가 대폭 늘어나는 만큼 통합 과정을 잘 거쳐서 최대한 효율화하는 게 목표다”라면서 “세븐일레븐이 상생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많은 매장을 흡수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와 함께 오프라인과 온라인(배달)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각오다. 우선 오프라인에서는 미니스톱이 갖는 강점인 넓은 매장을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은 수년 전부터 먹거리 공간을 강화한 '푸드드림', 카페형 편의점 ‘세븐 카페’ 등의 플랫폼을 강화해 왔다. 해당 지점은 일반 편의점과 비교해 대체로 평수가 넓고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점에서 일평균 객수가 많고 객단가도 높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출점제한 속 편의점 매장 수도 현재 1만500개가량에서 1만3000개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온라인 강화 측면에서는 매장을 하나의 거점기지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배달앱들이 장보기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덩달아 퀵커머스(근거리 쇼핑) 시장의 규모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편의점은 거점 물류센터를 기점으로 장보기 서비스를 전개하는 배달앱과 달리 동네 곳곳에 매장을 활용해 생필품 등을 더욱 빠르게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최근 롯데의 M&A(인수·합병) 추이를 살펴보면 조 단위 큰돈을 투자하기보다 3000억~4000억원대로 (이번 인수도) 정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전개되고 있다”라면서 “최근 편의점업계가 개별점포 크기를 확대하는 추세인 만큼, 미니스톱 대형 매장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어 향후 시너지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