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G(003550)와
SK(034730)의 재활용 시장 선점 경쟁에 물이 올랐다.
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이 최근 재생PP(Polypropylene, 폴리프로필렌) 공장을 세우기로 한 데에 이어 이번에는
LG화학(051910)이 열분해유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커지는 만큼, LG화학·SK지오센트릭 외에도 더 많은 기업이 공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18일 LG화학은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4년 1분기 완공 예정이며, 연간 생산량은 2만t 규모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추출한 재생 연료로, 새로운 플라스틱의 원료로 쓸 수 있다.
다른 재료들과 혼합돼 그동안 쉽게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소각됐던 과자 봉지·즉석밥 비닐 뚜껑·용기 등 복합재질(OTHER)의 PE(폴리에틸렌)·PP(폴리프로필렌)를 열분해한 뒤, 기초원료인 나프타(Naphtha)를 추출해 다시 석유화학 공정에 넣는 구조다.
특히 해당 공장에는 고온·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되는데, 초임계 수증기란 온도와 압력이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특수 열원이다. 액체의 용해성과 기체의 확산성을 모두 갖고 있어서 재활용 가능한 특정 물질을 추출하는 데에 유용하다. 직접적으로 열을 가하는 기술과 달리 열분해 과정에서의 그을림(탄소 덩어리) 생성을 억제, 별도의 보수 과정 없이 계속해서 공장 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생산성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약 10t의 비닐·플라스틱을 투입하면 8t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다. 나머지 2t 가량의 부생 가스는 초임계 수증기 제조 등 공장 운전을 위한 에너지로 재사용한다.
LG화학은 이번 공장 건설을 위해 이미 지난해 10월, 초임계 열분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무라 테크놀로지(Mura Technology, 무라)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무라의 기술 판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 기업 KBR(Kellogg Brown & Root)과 기술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공장의 기본 설계를 위한 공정 라이선스·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열분해유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후에는 제품 검증과 시장 상황 점검 등을 통해 증설도 검토한다는 것이 LG화학의 계획이다.
LG화학 측은 “탄소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이처럼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 가능한 열분해유 기준 2020년 70만t 규모에서 2030년에는 330만t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17%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도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을 주축으로 화학적 재활용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원료유로 투입했다. 지난 10일에는 SK지오센트릭이 아시아 최초의 재생PP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연 6만t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는데, 완공 시기가 LG화학 공장과 같은 2024년 이어서 양사의 수익 경쟁이 예상된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시장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외에도 다수의 화학·정유사들이 노리는 시장”이라며 “네트워크와 규모의 경제를 먼저 확보해 수익을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