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임성지 기자]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지녀야 할 첫 번째 자세는 겸손이다. 20년 이상 투자를 하면서 충분한 분석과 합리적인 투자의사 결정을 했다고 믿지만, 실제 결과는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를 보면서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인지하며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인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은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지녀야 할 첫 번째 자세로 겸손을 손꼽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의 100% 자회사로 2000년 설립되어 IT분야의 초기 및 성장단계의 기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소프트뱅크벤처스 코리아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로 사명을 변경해 본격적인 해외 투자를 시작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현재 베이징과 싱가포르에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에서도 현지 기업 발굴 및 투자를 전개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약 1조7800억원 규모의 AUM(운용자산)을 운영하며 약 29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22년 사회적 소명과 가치를 지닌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펀드를 결성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 사진/임성지 기자
다음은 강동석 소프트뱅크벤처스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2021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중점 사업은 무엇이었는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AI등 혁신적인 한국 기업 발굴 및 육성과 적극적인 해외 투자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벤처투자기업을 목표했다. 2021년은 한국 초기 단계의 기술 및 시장 혁신 스타트업에 집중투자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와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퓨처이노베이션펀드Ⅲ’를 신규 결성하며, 2021년 창사 이래 최대 연간 투자 규모인 국내외 총 5500억원을 투자했다. 회수에서도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매치그룹의 하이퍼커넥트 인수건(약 1.9조원)과 래디쉬미디어의 카카오엔터 피인수건(약 5000억원) 등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무엇보다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발굴,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에서 7개 기업이 유니콘으로 등극하는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현재 코리아 얼리스테이지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산업이 있는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과거 10년 동안 지속해서 기술과 시장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 비대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혁신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규제 재선으로 기회를 모색하는 원격진료, 부동산, 핀테크 분야와 함께 개발 인력 부족 및 스타트업 활성화에 따른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기업을 살펴보고 있다. 또한, 고령화 및 1인 가구 등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커머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지켜보고 있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무엇인가?
△투자했던 모든 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20년이라는 기간 동안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훌륭한 창업자와 팀을 만나 기업 성장을 도울 때 큰 보람을 느꼈다. VCNC 박재욱 대표와 서니로프트 정주환 대표는 현재 한국 모빌리티 서비스의 선도자로 성장했고, 레저큐 문보국 대표도 야놀자로 피인수되면서 관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2021년 투자 규모와 성장세 측면에서는 AI 교육기업인 매스프레소와 친환경 배터리 기술을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냉면에 비유하자면 차가운 육수에 쫄깃한 면발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맛은 천차만별이다.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투자 전략은 큰 시장과 기회의 발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정적이고 학습하는 창업자와 구성원 기업 고유한 핵심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요소를 갖춘 팀에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 네트워크를 농축해 기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소프트뱅크벤처스만의 차별점이다. 투자의 모든 단계에서 시너지를 생각하고 해외 진출 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뱅크만의 네트워크, 공동투자 및 후속 투자를 위한 해외 투자 네크워크가 핵심이다.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이 제2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주요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펀드 출자 지원, 스타트업 육성 지원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정책이 10년 이상 지속되었다. 두 번째는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 업계의 다양한 인재가 영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벤처캐피털은 좋은 스타트업이 있어야 발전하고 좋은 스타트업 공급이 한국 벤처캐피털의 호황을 이끌고 있다. 세 번째는 벤처캐피털의 트랙레코드이다. 실적이 대체투자로 충분히 매력적임을 시장에 입증하고 있다. 더불어 쿠팡의 상장이나 하이퍼커넥트의 매치그룹 인수처럼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스토리에 글로벌 투자자가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풍부한 유동성으로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조합원)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자금이 유입되고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벤처캐피털 산업 발전을 위해 보완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 기회 발굴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확대가 있어야 산업이 성장한다. 현재 한국 벤처캐피털의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부합되고 있기에 해외 투자를 하기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지녀야 할 자세는 무엇인가?
△20년간 벤처캐피털리스트로 투자를 하며 느낀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자면 겸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충분히 분석하고 합리적인 투자의사 결정을 했다고 믿지만, 실제 결과는 생각과 다를 때도 있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부족했다는 겸손을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학습 의지가 필요하다. 업의 본질이 매 순간 깨어있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민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와 흐름에서 미래의 가치를 파악하고 성공의 단초를 찾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호흡이다. 큰 사업은 큰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큰 문제는 많은 자원이 필요하고 긴 시간과 노력, 의지가 요구된다. 벤처캐피털은 이런 문제 해결 방식에 특화된 전문가이다. 뚝심 있게 좋은 창업팀과 파트너가 되어 풀어간다면 역사적인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한국 경제의 발전을 이끄는 좋은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돕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되겠다.
임성지 기자 ssonata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