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전기룡 기자] 롯데건설이 하석주 대표 체제 하에서 5년 연속 매출규모 5조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택 브랜드 ‘롯데캐슬’과 ‘르엘’에 힘입어 도시정비사업은 물론, 복합개발사업에서도 성과를 낸 영향이다. 다만 하 대표가 그동안 공을 들여온 해외사업의 경우는 동남아시아를 거점으로 꾸준히 수주고를 올리고 있지만 착공이 지연되며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어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4조138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조6615억원) 대비 13.0% 증가한 수준이다. 4분기에도 유사한 매출흐름을 이어간다면 하 대표는 롯데건설을 이끈 이래로 5년 연속 매출규모 5조원대를 유지하게 된다.
호실적을 기록한 데는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성과가 주효했다. 롯데건설은 하 대표가 선임된 2017년 도시정비사업에서 1조8511억원을 수주하며 업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수주한 대표적인 사업장으로는 ‘잠실 미성크로바’, ‘신반포13차’, ‘신반포14차’ 등이 있는데 이들 현장은 하 대표가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을 무렵부터 공을 들였던 곳들이다.
2018년과 2019년에는 도시정비사업에서 각각 1조5262억원, 1조1236억원을 수주해 2년 연속 4위에 올랐다. 2020년에는 3위까지 순위가 반등했다. 해당 연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2조632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이다. 지난해에도 ‘목동우성2차’를 비롯해 ‘창원 양덕4구역’, ‘수안 지역주택조합’ 등의 시공권을 따내며 2년 연속 도시정비사업에서 2조원대 수주액을 확보했다.
주택 브랜드에 대한 가치 제고가 도시정비사업에서의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롯데건설은 2019년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을 선보였다. 특히 첫 적용 단지였던 ‘르엘 대치’와 ‘르엘 신반포 센트럴’은 각각 212.1대 1, 82.1대 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이후에는 ‘이촌 현대’를 리모델링해 공급하는 ‘르엘 이촌’과 같이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전개한 복합개발사업도 힘을 보탰다. 복합개발사업이란 특정 지역을 주거기능과 함께 상업, 업무, 문화, 레저 등이 한데 어우러진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다. 단순히 수주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발굴해 기획, 자금조달, 시공 등 전 과정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고난이도지만 지역 랜드마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현장으로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마곡MICE복합단지’가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협약을 맺고 진행 중인 해당 사업은 8만2000㎡ 토지에 총 사업비 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컨벤션과 호텔, 문화 및 집회시설 등을 짓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이다. 연면적은 약 79만㎡로 삼성동 코엑스의 1.5배이자 롯데원드타워의 연면적(80㎡)에 육박한다.
롯데건설은 대저건설, 금호건설(002990)과 함께 건설투자자(CI) 역할을 맡았다. 재무투자자(FI)로는 메리츠증권(008560)과 하이투자증권이 전략투자자(SI)로는 에스디에이엠씨과 다원디자인, 탑솔라, 이노비즈, 코람코자산운용이 참여했다. 지난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갔으며 같은 해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분양함으로써 수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IBK컨소시엄에 참여해 ‘H2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총 사업비 1조2000억원 규모의 ‘H2 프로젝트’는 경기 하남시 창우동 일원 16만2000㎡ 부지에 종합병원을 비롯해 어린이 체험시설, 호텔, 컨벤션 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이다. 컨소시엄에는 롯데건설을 비롯해 금호건설, IBK투자증권, 기업은행(024110), SDAMC 등이 참여했다.
다만 도시정비사업과 복합개발사업이 매출을 견인하고 있지만 해외사업은 아직까지 주춤한 모습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해외공사수익으로 975억원을 올리면서 전년 동기(1469억원) 대비 33.6% 감소했다. 해외공사수익의 매출비중도 2017년 7.5%, 2018년 3.8%, 2019년 4.4%, 2020년 3.7%, 2021년 3분기 2.4% 등 전체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주한 현장들 가운데 착공이 일시적으로 지연되는 곳이 상당했던 영향이다. 실제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이 보유한 해외 사업장은 23곳으로, 이 중 16곳에서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규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첫 수주에 성공하는 등 해외사업에서 2020년 말(1조239억원) 대비 435.2% 증가한 5조4800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롯데건설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하 대표 역시 매년 신년사를 통해 해외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2018년에는 글로벌을, 2019년에는 거점 시장인 동남아 지역을 언급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역시 현지 우량 디벨로퍼와의 파트너십과 단독 개발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주택사업 외에 복합개발, 물류센터 등에 진출하겠다는 내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이달 현대엔지니어링과 4조7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LINE 1 프로젝트’의 시공사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롯데건설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폴리프로필렌(PP),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부타디엔(BD) 생산 시설과 유틸리티 기반 시설 및 항만시설 등을 포함해 2조원 규모의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게 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공사수익이 감소한 것은 신규 현장에서 인허가 문제로 착공이 지연됐던 영향”이라며 “일시적인 지연인 만큼 향후 ‘인도네시아 LINE 1 프로젝트’ 등에서 착공이 이뤄지면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에는 종합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강화해 해외뿐만 아니라 신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기룡 기자 jkr392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