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KT(030200)가 지난해에 이어 연초부터 각종 악재를 만나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속도 문제와 통신망 마비라는 대형 악재로 골머리를 썩었는데, 올해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IPTV 먹통과 함께 연말에 신규 가입자들의 개통 지연까지 유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말 유치한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개통을 인위적으로 늦추고 일선 판매점에서는 이런 식으로 유치한 고객에 대해 추가 장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도 최근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경고조치를 내림과 동시에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KT 사옥. 사진/뉴시스
KT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30일까지 일부 수도권 판매점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의 개통을 지연시키고 이달 3일부터 개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런 방식으로 유치한 고객에 대해 추가 장려금을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개통 지연시키는 이유에 대해 가입자 유치를 위한 보조금 지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판매점에 지급되는 장려금을 한꺼번에 많이 지급하면 방통위의 감시에 쉽게 노출되지만 이를 분산하면 쉽게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앞서 KT는 지난해 4월에도 본사의 영업정책과 장려금 판매 수익 계산에 따라 갤럭시노트20 사전예약 가입자 일부를 정당한 사유 없이 최대 6일간 개통을 지연해 방통위로부터 1억6499만원의 과징금 조치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3분기까지 KT가 행정·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과태료·과징금 건수는 총 5건으로 6억8005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SK텔레콤(017670)은 3건에 32억250만원으로 금액은 가장 컷으며,
LG유플러스(032640)는 4건에 6억3585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KT가 과징금 등의 규모는 SK텔레콤에 비해 적었지만, 제재 건수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지난달 방통위가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약금을 부과하고, 가입 시 중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KT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2억5700만원을 부과해 과징금 규모가 커진 점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동통신 3사 행정처분 현황.
단순히 제재를 많이 받은 것 외에도 국가 기간 통신망을 담당하고 있는 KT에서 통신망이 멈추는 중요한 결함이 지속해서 발생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통신사 본연의 사업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소비자 신뢰가 떨어지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비용은 더 크게 들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0월25일에 KT의 전국 단위 유·무선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은 물론 KT망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컸다. 당시 KT는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오류라고 밝혔지만, 이내 라우팅 오류(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에 따른 네트워크 오류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로 인해 전국 유·무선 인터넷망이 1시간가량 마비됐다.
다행히 접속 장애는 빠르게 해결이 됐지만, 2018년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가 회자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KT는 당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미지 훼손을 막기 위해 KT는 당시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월 누적 장애시간 12시간 초과’에 해당해야 보상을 지급한다는 이용약관과 별개로 이사회 동의를 얻어 보상안 마련에 나서며 약 4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했다. 사실상 지난해 발생한 행정당국의 제재보다 더 큰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2021년 통신분쟁조정 현황.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법규 위반으로 행정당국의 제재를 받은데 이어 주력 사업의 서비스 장애는 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KT의 뼈아픈 실책으로 보인다. 지난 9일에도 서울,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에서 일부 채널들이 방송되지 않는 서비스 장애가 40여분 동안 발생했다. KT가 곧바로 복구에 나섰지만, 이번 장애로 가입 고객 49만여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지난해 있었던 통신 장애와 같은 사안은 아니지만, 소비자의 불편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위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통신분쟁조정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1135건으로 이중 KT가 476건에 달해 전체 신청건수 중 41.9%를 차지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T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KT의 2021년 컨센서스는 24조6494억원, 영업이익 1조52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과징금이나 보상안으로 지급해야 할 금액은 지난해 영업이익 가운데 약 4% 수준에 그치는 금액으로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지만, 향후 ‘디지코(DIGICO, 디지털 플랫폼 기업)’ KT를 추진하기 위한 성장동력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객들이 불편을 느꼈을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통신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다시는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최근에는 보상안 지급을 빠르게 하기 위한 약관규정 변경도 검토하고 있어 고객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