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TV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프리미엄TV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이지만, 무섭게 추격하는 LG전자와의 격차가 줄어들며 기술력으로만 승부를 내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경쟁력의 차별화 포인트는 결국 콘텐츠라며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통할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29일, 자사 스마트TV의 무료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 ‘삼성 TV 플러스’에 MBC·SBS의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삼성 TV 플러스는 TV에 인터넷만 연결하면 영화·드라마·예능·뉴스·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번 서비스 확대로 삼성 스마트TV 고객은 MBC와 SBS의 드라마·시트콤·예능 등 10개의 인기 채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서비스 가능한 지상파 채널은 약 30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제조업 기업인 삼성이 TV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TV 콘텐츠 강화가 곧 TV 판매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16년 연속 글로벌 TV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프리미엄TV 시장의 경우 LG전자 등 경쟁업체의 매서운 추격으로 점유율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2분기 매출 기준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37%로 1위였지만,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나 하락했다. 점유율이 55%였던 2020년 1분기와 비교하면 1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LG전자(066570)는 작년 2분기에 전년도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과 LG의 점유율 격차도 2년 새 25%포인트 이상 줄었다. 삼성전자가 더는 1위의 기쁨에 취해있기 어려운 이유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TV는 글로벌 시장에서 16년 연속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으나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부터 위기라 생각하고 자만에 빠지지 말고 뛰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적 역시 삼성전자의 경우 TV 부문이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79조400억원·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보다 매출은 17.8%, 영업이익은 43.3% 증가했다.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이지만, 반도체·폴더블폰이 실적 견인의 공신으로 예상되는 반면 TV 부문의 성장세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전자는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H&A)과 TV(HE사업본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74조7219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TV사업 부문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와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증가로 17조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TV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OLED TV 등 프리미엄 TV 시장의 경우 LG전자의 상승세가 뚜렷한 상황”이라며 “기술력과 디자인뿐만 아니라 콘텐츠 부문 강화도 중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의 집계 결과, 지난 2015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27.6%로 28.8%를 기록했던 전년도보다 1.2%포인트 줄었었다. 그러나 같은 해 삼성 TV 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2016년에는 점유율이 다시 0.4%포인트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콘텐츠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삼성 TV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서비스 국가 목록에 멕시코·인도·프랑스·네덜란드·브라질·호주 등을 추가하며, 삼성 TV 플러스 이용 가능 국가를 14개에서 23개로 확대했다.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업체인 뉴 아이디(NEW ID)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장르별 특화 채널을 늘렸으며, 한류를 겨냥해 24시간 방송되는 한국 영화 채널 뉴 케이 무비즈(NEW K.MOVIES)와 케이팝 전문 채널 뉴 키드(NEW K.ID)도 추가했다.
하지만 LG전자 역시 2015년 ‘LG채널’ 서비스를 출시하고, 삼성전자보다 공격적으로 콘텐츠 확대에 나섰다. LG채널은 현재 삼성전자보다 많은 세계 25개국에 총 1900여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의 이 같은 약진에 삼성전자도 추가 콘텐츠 확보를 통한 TV 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성 TV 플러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경험을 통한 판매 확대’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다. 한종희 부회장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변화를 추진하고 삼성전자의 다양한 스크린이 고객 경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삼성 TV 플러스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을 선점’이다. 최근 미디어 시장에서는 TV·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인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가 떠오르고 있다. 이용자가 회차를 선택할 수 없고, 방송 중간에 광고가 나온다. 삼성 TV 플러스의 경우 이미 FAST와 유사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시장을 선점할 경우 광고를 통한 수익과 콘텐츠 협력사 확대를 통한 추가 수익 등이 기대된다. 한상숙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TV 플러스 서비스 확대로 사용자에게 더 즐겁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하고, 파트너사에는 다양하고 혁신적 시도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