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백아란 기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대체투자 특화운용사인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역성장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실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으로 운용자산(AUM)도 감소세로 돌아선 까닭이다. 미래에셋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수장을 '40대 젊은피'로 교체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대체자산운용사들이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만큼 전문 하우스로 제 색깔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전체 펀드(집합투자재산) 설정잔액은 7조56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8조9204억원)에 견줘 15.2%(1조3551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펀드 설정잔액 9조원을 코앞에 두고 다시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멀티에셋운용의 펀드설정잔액은 2016년 미래에셋금융그룹에 인수된 이후 2017년 말 5조3720억원, 2018년말 5조8783억원, 2019년말 7조6182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대체투자 펀드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게 쉽지 않은 까닭에 자산 성장은 주춤한 모습이다.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적 투자상품이 아닌 사모펀드나 부동산, 인프라, 에너지, 벤처기업, 원자재, 선박, 항공기 등에 투자하는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코로나19 등으로 해외실사가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대체자산 투자펀드를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형태 등으로 설정하는데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운용자산 역시 고꾸라졌다. 작년 말 기준 멀티에셋운용의 순자산총액과 평가액을 더한 운용자산(펀드수탁고·투자일임계약고, AUM)은 8조8077억원으로 전년(9조7629억원)대비 9.8% 감소했다. 자산운용업계 내 AUM 순위는 26위에서 31위로 하락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부문별로 보면 단기금융 설정액이 3조1022억원에서 2조5463억원으로 17.92% 줄었고, 파생형(953억원)과 특별자산(2조5191억원), 부동산(1조1992억원) AUM도 각각 17.56%, 16.49%, 6.67% 떨어졌다. 반면 주식형과 채권형 AUM은 각각 3807억원, 1조64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6%, 4.49% 증가했다. 대체투자 특화 하우스를 내세웠지만, 실제 운용자산은 전통적 투자 부문이 더 늘어난 것이다.
수익성 지표도 부진하다. 지난해 3분기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순이익은 47억1363만원으로 전년동기(48억1115만원)에 비해 2.03%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4464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영업이익 또한 54억1284만원으로 1년 새 13.19% 줄었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각각 9.54%, 10.35%에서 8.41%, 9.03%로 내려갔다. 부채비율은 3.36%에서 5.54%로 올랐다.
미래에셋금융은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멀티에셋운용의 성장을 위해 수장을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멀티에셋운용을 이끌었던 남기천 대표가 부사장으로 물러나고, 글로벌대체투자펀드 운용을 담당하던 최승재 전무가 신임 대표를 맡아 마케팅·경영혁신부문 총괄을 담당하는 권순학 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1976년생인 최 신임 대표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미래에셋대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부동산 대출채권 투자펀드 등 글로벌 대체투자와 부동산펀드, 외부위탁운용(OCIO) 사업 진출과 같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첩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대체투자 부문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멀티에셋운용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하 장애인고용촉진·직업재활기금 및 임금채권보장기금'의 대체투자 주간운용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510억원 규모로 부동산 펀드(멀티에셋호텔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7호)를 설정해 포포인츠바이쉐라톤 서울 구로 호텔을 매입했다. 여기에 1981년생인 김태곤 글로벌대체투자2팀장과 1976년생인 전근수 인프라운송팀장이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성과 중심으로 세대교체도 이뤘다.
다만 올해 들어 운용업계가 수장을 대거 물갈이하고, 대체투자 부문 확대에 나섬에 따라 멀티에셋운용이 시장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연초 신한자산운용은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합병했으며,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새 수장을 맞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새로운 ‘투톱’ 체제를 꾸리고 ‘부동산부문총괄’을 마련, 대체투자부문을 확대할 전망이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서로 독립적인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대체투자 부문 또한) 각자 특화된 영역에서 영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