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손강훈 기자] 불안정한 사업구조와 높은 실적변동성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이 타법인 인수로 매출처 다변화에 이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 이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도 결정했다. 그동안 수익구조 개편을 진행해왔지만 여전히 부진한 영업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한 종속기업 편입으로 단기간에 실적개선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10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진행 중이다. 모집금액 전액은 구주주 청약을 통해 이뤄지며 1주당 1047.1414603608원이 배정된다. 만약 미청약금액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일반에게 공모한다.
이번 자금조달은 타법인 인수를 위한 것이란 평가다. 1000억원 중 700억원을 타법인 지분 취득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신약 개발 사업의 매출과 이익 지속성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채발행 자금 700억원을 타법인 지분 취득 자금으로 사용한다”라며 “기존 사업부와 시너지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에 따른 매출 다변화 효과를 기대하면서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은 인수 대상을 다방면에서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타법인 인수를 위한 사채 발행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점은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불안한 사업구조와 부진한 영업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와 신재생에너지로 이뤄진 에너지 사업과 의약품 유통 사업, 바이오 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바이오 사업으로 구성돼있다. 2015년 최대주주가
에이치엘비(028300)로 변경된 후 신규사업 확대를 위해 2016년 8월 ‘신화어드밴스’를 인수, 의약품 유통 시장에 진출했고 2018년 3월 에이치엘비셀(전 라이프리버)을 사들이며 바이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문제는 사업의 지위나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유통사업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등 주력으로 떠올랐으나 국내외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매입해 병원 등 매출처에 납품하는 구조적 한계로 인한 낮은 가격 협상력과 저마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바이오 사업의 경우 현재 투자 단계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기존 사업인 에너지는 수주에 따라 수익성이 결정되는 높은 실적 변동성을 갖고 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불안정한 사업구조와 높은 실적변동성으로 사업안정성이 미흡하며 이는 영업적자 지속으로 이어지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영업실적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에너지사업의 영업실적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개별기준 실적을 보면 2017년 매출 167억원과 영업이익 7억원을 거뒀지만 2018년 매출 43억원과 영업이익 -65억원, 2019년 매출 124억원과 영업이익 7억원, 2020년 매출 148억원과 영업이익 -46억원으로 변동성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2021년 3분기 누적으로 매출 88억원과 영업손실 55억원을 기록하고 있어 2019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거두지 못했다면 올해 관리종목 지정 요건(4년 연속 개별기준 영업손실)을 충족할 수도 있었다.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사업다각화를 위해 진출했던 의약품 유통사업과 바이오 사업이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매출 1064억원, 2018년 1025억원에서 의약품 유통 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2019년 11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017년 10억원에서 2018년 -80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2019년 -45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2020년 일부 역마진 거래처와 거래를 중단한 영향으로 의약품 유통사업의 매출이 줄면서 전체 매출은 9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은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6%가 줄었고 영업손실은 84억원으로 9개월 만에 2020년 한 해 영업손실 규모를 초과하는 등 실적 악화세가 이어졌다.
영업이익의 경우 저마진 구조의 의약품 유통사업이 주력 매출사업이 된 상황에서 바이오사업의 확장에 따른 판매관리비 등 비용증가가 맞물리면서 2018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의약품 유통 사업에서 대형 도매·약국 거래의 초단기확대, 신규 병원 확보 활동 강화, 입찰병원 진입 기회 조기 확보와 총판 사업, 비급여 시장 진입, 메디컬 약국 신규확대 등을 통한 매출 확대를 계획 중이며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리보세라닙, 파이로티님 등 신약물질의 신약허가나 임상 통과를 통한 매출 실현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쟁심화에 따른 의약품 유통 사업의 환경 악화와 바이오 사업의 임상지연과 그에 따른 비용증가 등으로 영업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회사를 인수, 종속기업으로 편입해 연결기준 영업실적에 바로 반영토록 하는 것이 단기간에 빠른 실적개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승언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영업실적에 즉각적인 기여가 가능한 타법인에 대한 M&A 등에 자금소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타법인 인수와 관련 구체적으로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라며 “그동안 적자가 지속돼왔던 만큼 인수 대상은 기존 사업과 연관된 업종을 고려하기보다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요하게 보고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