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사진/한국씨티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적은 움츠러들었고 신용도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은행이 실적 잔치를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면서 사업·영업기반 약화는 물론 이익 규모가 추가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업계는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탓에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계열의 지원 의지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으며 이달까지 내놓기로 한 소비자보호 계획을 금융당국과 최종 협의 중이다.
지난해 3분기 씨티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611억원 대비 37.5% 쪼그라들었다. 동기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각각 15조5000억원, 10조2000억원으로 52%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정반대 양상을 보인 셈이다. 총자산순이익률(ROA) 역시 씨티은행은 0.3%, 0.4%로 하락했지만, 국내은행은 0.6%, 0.5%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당시 씨티은행은 조달비용과 저수익 유동자산이 증가하면서 NIM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씨티은행의 NIM은 1.85%로 전년 동기 2.08%와 비교해 0.23%p 떨어졌으며 이는 이자수익은 각각 6067억원, 6724억원으로 9.8%, 총수익은 8227억원, 9433억원으로 12.8%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올해 은행권의 수익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터였다. 신용평가 업계는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근거로 여·수신금리 차이가 확대되는 등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올려잡았으며 올해 2~3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여기에 한기평은 소비자금융 폐지는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며 시장점유율 하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핵심예금)이 감소하는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핵심예금은 저원가성 예금으로도 불리며 보통예금, 가계당좌예금, 별단예금 등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포함된다.
씨티은행의 예수금 점유율은 2018년 2.04%에서 2019년 1.92%, 2020년 1.79%로 떨어졌다. 동기간 대출금 점유율 역시 1.73%에서 1.61%, 1.56%로 내려앉았다. 반면 씨티은행과 함께 외국계은행으로 분류되는 SC제일은행의 예수금 점유율은 3.34%, 3.36%, 3.42%로 올라섰다. 대출금 점유율도 3.06%에서 3.13%, 3.31%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아울러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폐지 선언 전부터 핵심예금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원화핵심예금은 3조6974억원으로 원화예수금 25조1757억원 가운데 14.7%를 차지했다. 전년 말 원화핵심예금 비중이 16.3%(3조6665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2.4%p 축소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분기 원화핵심예금은 3조371억원으로 원화예수금 51조3551억원 중 5.2%를 점유했다. 2020년 말 6.3%(3조3891억원)와 견줘볼 때 1.1%p 줄었다.
씨티은행의 경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 업계가 수익성이 지속해서 떨어지거나 크게 하락하면 무보증사채(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예고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씨티은행의 ROA가 0.4%를 꾸준히 하회할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업금융에 대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며 “국내 라이선스를 활용해 자본시장 상품을 확대하고 기업금융 플랫폼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금융 전산 디지털 전환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지난해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발표가 있었으나 국내외 신용평가사 자체 검토 결과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평가 업계는 씨티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비용을 모니터링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씨티은행은 특별퇴직금 지급액을 최대 7억원으로 설정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으며 이에 지난해 11월 직원 약 3300명 중 23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더불어 씨티은행은 업무 공백을 우려해 단기 계약직 채용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