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롯데손보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이 작년 말 깜짝 대표이사 변경을 발표했다. 2년간 적자 상태에 머물던 롯데손보를 흑자로 전환 시킨 이명재 전 대표이사는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은호 후보자는 다양한 금융사의 전략기획 경험을 쌓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보험 경력과 롯데손보의 잦은 경영진 교체로 향후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대표이사 후보자로 이은호 전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은호 후보자는 내달 4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작년 4월 취임한 이명재 전 롯데손보 대표이사는 롯데손보를 적자 늪에서 탈출시켰지만,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롯데손보 측은 이명재 전 대표이사 사임에 대해 개인적인 사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롯데손보는 2년간 적자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2019년 말 816억원 손실, 2020년에는 645억원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2020년에는 항공기, 해외 부동산 및 SOC 투자자산 관련 약 1500억원의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롯데손보의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7% 증가한 1053억원을 기록하며 2년간 이어지던 적자에 탈출 청신호가 켜졌다.
같은 기간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RBC(지급여력) 비율은 204.8%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35.4%p 크게 개선됐다. 본사 사옥과 투자주식 처분으로 손익이 개선되고, 자산 포트폴리오 개편으로 신용위험액이 감소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보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질적 개선을 이뤄냈다. 작년 9월 말 원수보험료 기준 장기보장성보험 비중은 77.1%로 전년 말 대비 7.5%p 증가했다. 반면, 장기저축성 보험과 자동차보험은 각각 6.0%, 8.3%로 전년 말과 비교해 2.7%p, 2.6%p 감소했다.
저축성보험이나 자동차보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개편한 것이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작년부터 손해율과 사업비율 하락에 따른 보험영업수지 개선과 사옥매각, 롯데렌탈 지분 매각에 따른 일회성 투자이익에 힘입어 작년 3분기 당기순이익이 늘었다”며 “대규모 이익시현으로 지급여력금액이 증가하면서 RBC비율도 크게 상승했다”라고 설명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명재 전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롯데손보를 이끌어가게 될 이은호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은호 후보자는 1974년생으로 보험업계 CEO(최고경영자) 가운데서도 젊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디지털 중심의 영업 환경 변화에 젊은 CEO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호 후보자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할 당시 자문 역할을 하며, 중장기 사업전략과 밸류업 방안 등을 컨설팅한 바 있다. 이후 롯데손보에서 기획총괄장과 장기총괄장을 겸한 상무로 선임됐다.
다만, 이은호 후보자의 보험 전문성 면에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이명재 전 대표이사는 오랜 기간 보험업계에서 몸담으며 법무와 인사관리, 홍보 등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아 대표이사로 선임됐지만, 이은호 후보자는 지난 2019년 롯데손보에서 업무를 시작한 것 외에는 보험 관련 전문 경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은호 후보자는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올리버와이만 상무, AT 커니코리아 파트너, PwC 컨설팅 파트너를 역임했다. 그는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사업·채널·마케팅·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체계 설계 등의 자문을 제공해왔다.
여기에 잦은 대표이사 교체로 인해 경영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를 인수한 3년간 이번이 3번째 대표이사 교체이기 때문이다. 최원진 전 롯데손보 대표이사는 1년 6개월간 롯데손보를 이끌었지만, 흑자 전환에 실패한 후 조기 사퇴했다. 뒤를 이어 취임한 이명재 대표이사는 임기를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에 오랜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대표이사를 맡게 되면, 전반적인 경영 업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롯데손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은호 후보자는 컨설팅 업계에서 국내외 보험사들의 전략기획을 자문한 전문가”라며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 당시 보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효율화와 RBC비율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