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한화그룹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표하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사업 운영에 있어서 보다 투명한 경영 환경을 갖추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주사에 가까운
한화(000880)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데 주가 부양에 너무 소홀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너 3세의 승계 작업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걸 그룹이 바라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의 지난해 컨센서스는 매출 53조4401억원, 영업이익 2조528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 4.7%, 영업이익 37.4%가 증가한 수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
특히 주요 자회사를 중심으로 그린 뉴딜에 맞춰 태양광과 수소 분야를 강화하면서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76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테크윈, 정밀기계 등 민수 부문 호조로 37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화의 계열사들은 실적 회복과 함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화는 여전히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 한화의 주가는 3만1300원으로, 9월6일 연고점(3만6600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밀리며 15%가 떨어져 있다.
한화의 화약제조업 분야 주요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같은 기간 5만1200원에서 현재 5만400원으로 가격이 소폭 떨어졌지만, 최근 두 달간 쌍바닥을 찍고 23% 이상 상승했다. 한화시스템도 전날 1만7050원에 장을 마감하며 11월 말 저점 형성 후 20% 이상 반등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3일 한화그룹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과 주주권익 보호, 공정한 기업활동에 대한 의지를 담은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표하며 주주 친화 정책을 내세웠다. 헌장 1장에는 ‘회사의 존립 및 주주권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항은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결정된다’는 조항을 포함하며 주주권리 보장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이는 말 그대로 주주 친화 경영을 내비친 것이지만,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는 한화가 주가 부양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 내에서는 최근 경영 승계와 관련해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을 사들이며 지분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한화의 지분율 상승을 위해 주가 하락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계열사 주가변동 추이. 출처/NAVER
앞서 비상장사인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 10월1일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분 100%를 가진 한화에너지와 흡수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주목 받았던 점은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기존에 에이치솔루션이 갖고 있던 지분(4.24%, 우선주 제외)에 한화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장내에서 매입한 주식을 합쳐 현재는 9.70%에 달한다.
한화에너지는 현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장남 김동관 50%·차남 김동원 25%·3남 김동선 25%)이 지분 모두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 승계 구도에 핵심 회사로 분류된다. 특히 한화 3세 경영의 유력 후보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의 한화 지분은 4.44%에 불과하지만, 한화에너지의 최대주주인 만큼 향후 기업 가치를 높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 지분 인수나 합병 등을 통한 경영 승계가 거론되고 있다.
합병 관점에서 본다면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한화가 현상 유지를 할수록 양사 간 지분교환 비율이 1:1에 근접해 김동관 사장의 한화 지분을 늘리기 수월하다. 또 한화에너지를 통한 지분 인수 방안에서도 한화의 주가가 저평가 될수록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유리한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승계를 위해 김 회장 자제 3명이 한화 지분을 늘리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유력한 것은 한화와 한화에너지 합병이라고 판단된다”라며 “한화 지분을 늘리려는 입장에서는 한화에너지의 가치 상승이 중요하지만 합병에서 최대 난관은 합병 비율로, 합병 성사 관점에서는 한화 주주들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주가 수준이 보다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현황. 사진/하이투자증권
주주가치 상승의 한 부분인 배당과 관련해 한화는 2020년 보통주는 주당 700원, 제1우선주와 제3우선주는 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고 총 654억원을 배당금으로 집행해 전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현금배당수익률로 보면 보통주는 2.57%, 1우선주는 1.71%로 각각 전년(2.8%, 2.7%) 보다 감소했다.
반면 재계에서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SK(034730)의 경우는 지난해 처음으로 중간 배당에 나섰고, 배당금은 2020년에 3701억원을 집행했는데, 전년(2678억원) 보다 금액을 높였다. 현금배당수익률 역시 지난해 보통주는 2.9%로 전년(1.9%) 보다 증가했다.
때문에 한화 주주들의 경우 기업지배구조헌장을 발표했음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기업가치를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화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와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지배구조헌장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것이고, 최근 수소 분야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라며 “아직 연말 결산이 되지 않아 배당 등에 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