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최근 프리미엄 TV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삼성전자(005930)가
LG디스플레이(034220)로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받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TV시장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그간 TV시장에서 오랜 라이벌로 정평이 나있어 이번 협력 관계는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OLED 패널의 약점을 지속적으로 저격해왔던 삼성이 입장을 바꿔 LG와 협력하는 것을 두고 중국 업체들이 기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진입을 앞두고 있어 이를 견제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퀀텀 닷(QD·Quantum Dot)-OLED TV를 출시할 예정으로,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을 탑재한 OLED TV를 선보이며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LG 올레드 TV. 사진/LG전자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입은 글로벌 TV 시장에서 OLED TV가 프리미엄 TV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 확대에 나서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OLED TV 출하량은 153만9000여대로, 전년 동기(93만1000여대)보다 늘었다. 반면 전체 TV 출하량의 90%를 차지하는 LCD TV 출하량은 같은 기간 6197만8000여대에서 4885만9000여대로 오히려 감소했다.
시장이 OLED TV로 전환되기 시작하자 지난 2006년 이후 글로벌 판매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역시 시장 선두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출시할 QD-OLED TV는 초기 출하량이 많지 않아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양산과 대형 QD디스플레이 개발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OLED 분야에 3년간 20조~25조원을 투자하며 QD-OLED 패널 생산량을 늘릴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CES) 2022’에서 이 패널로 만든 QD-OLED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아산캠퍼스 Q1라인에서 첫 QD-OLED 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했다.
문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생산하는 QD-OLED의 출하량이 8.5세대(2200x2500mm) 기준 월 3만장 수준에 그치는데 이는 55인치 TV 기준으로 연간 100만대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삼성전자가 연간 출하하는 물량(약 5000만대)의 2% 수준에 그친다.
LG WOLED 출하량 전망. 사진/KB증권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OLED TV 판매 확대를 위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글로벌 OLED TV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데, 패널 생산량은 올해 연 800만대에서 내년에는 1000만대를 출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OLED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의 협조가 필요하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OLED TV 패널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초기 공급량은 약 200만대 수준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도 “내년 삼성전자의 QD-OLED TV 출시로 인해 디스플레이 공급망 다변화가 LCD에서 OLED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삼성디스플레이의 제한적인 QD-OLED 패널 공급능력을 고려할 때 향후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공급망 다변화는 LCD처럼 OLED 패널에도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이어진 LG 패널 공급과 관련해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부정해 왔다. 지난 4월 ‘월드 IT쇼’에 참석했던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LG OLED 패널 채택 가능성은 없다며 직접 부인한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해 <IB토마토>에 “확인된 바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CES 2022 개막에 앞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서는 LG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해 이제 막 영향력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는 상황에서 양사가 쉽게 손을 잡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진출이 손해보다는 실익이 더 높다는 판단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LCD 분야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사이 대형 OLED에는 다소 뒤처져 있는 상황도 삼성과 LG가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작용한다. 대형 LCD 디스플레이 점유율(금액기준)은 중국 50%, 대만 32.7%에 달한다. 반면 OLED 분야에서는 중국의 점유율이 2.5%에 그쳐 시장 격차가 큰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본적으로 대형 TV시장에서 마켓셰어(시장점유율)가 높은 업체이다 보니 OLED TV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장 붐업(boom up)이 일어날 수 있다”라며 “LCD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OLED TV시장을 선점하는 게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더욱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