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포스코(
POSCO(005490))그룹이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지주사로 거듭나기로 했다. 새로운 지주사 체제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포스코의 목표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철강 사업회사인 ‘포스코’(가칭)를 독립시켜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칭)가 100%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철강 자회사의 잠정 분할일은 내년 3월1일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물적분할을 택한 이유로 ‘비용 부담 절감’을 꼽는다. 개정된 상법과 공정거래법에 따라 인적분할을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포스코의 자사주 비중은 13.2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사업을 한창 추진 중인 지금, 인적분할을 위해 16.74% 이상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려면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앞으로 신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투자 관리, 그룹 연구개발(R&D)·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 수립 등을 담당할 방침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지주사 체제를 바탕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높여 2030년까지 기업가치를 지금의 3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2030 중장기 성장전략’도 발표했다.
그룹 7대 핵심 사업인 △철강 △배터리 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Agri-Bio)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것이 성장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각 사업은 △철강 탄소중립 완성 △신(新)모빌리티 견인 △그린에너지 선도 △미래 주거 실현 △글로벌 식량자원 확보 등 5대 지향점을 향해 추진한다.
포스코는 7대 핵심 사업 외 미래 사업 발굴에도 앞장설 방침이다. 지주회사 체제 아래 벤처투자를 그룹의 신사업 발굴 채널로 활용하면서 유망 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육성, 그룹의 미래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벤처펀드는 이차전지소재·수소 등 그룹 성장 사업 연관 분야 투자와 그래핀·바이오 등 미래 유망 신수종 분야 투자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이라며 “2030년까지 누계 8000억원의 펀드 출자를 계획하고 있는 상태로, 포스코의 출자액과 외부 벤처펀드 자금을 합한 펀드 결성 총액은 4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의결됐지만, 아직 주주총회가 남았다. 포스코는 오는 1월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상정한다. 기업 분할은 상법상 주총 특별 결의 사항이기에,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지분율 9.75%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표심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SK온 분할 건에 대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물적분할 이후 신규 상장에 나설 경우, 기존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포스코 측은 지주사 산하 철강 자회사 등 신설회사의 상장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약속이 국민연금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포스코 측은 “기존 주주가치 훼손을 막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