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의 사업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진/SBI저축은행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신용대출 확대로 자산을 크게 늘렸던 SBI저축은행의 사업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려됐던 신용대출 비중이 또다시 커지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계는 SBI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의 신용평점 구성과 연체율 등을 고려하면 경기 저하 등으로 인한 부실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대손비용이 늘어나고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6조8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7058억원 대비 19.5% 불어났다. 동기간 담보대출이 3조2717억원, 2조8036억원으로 16.7% 증가하고 보증대출이 5388억원, 5789억원으로 6.9%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신용대출이 대출 잔액을 끌어 올린 셈이다. 특히 총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2%, 62.8%로 1.4%p 올라섰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SBI저축은행에 대해 신용대출 비중이 높다며 여신구조의 안정성은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올 2분기 신용대출 비중은 64%로 전분기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30%p가량 높게 나타났다며 대손비용률(CCR·대손충당금전입비율) 역시 2.5%로 저축은행 79개사 가운데 7번째로 높다고 덧붙였다.
SBI저축은행과 함께 저축은행 상위 3사로 꼽히는 OK저축은행의 경우 올 3분기 신용대출 잔액이 5조3109억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3조9963억원과 비교해 32.9% 확대됐다. 하지만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5%, 55.4%를 가리켰다. 웰컴저축은행도 신용대출 잔액이 2조4442억원, 1조7322억원으로 41.1% 폭증했지만, 총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9%, 57%로 5.1%p 낮아졌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충당금설정률이 낮게 도출됐다. 올 3분기 SBI저축은행의 총대출은 10조6211억원, 대손충당금은 377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라 충당금설정률은 3.6%를 기록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총대출이 9조2416억원, 대손충당금이 8076억원으로 8.7%, 웰컴저축은행은 총대출이 4조7347억원, 대손충당금이 3098억원으로 6.5%를 보였다. 즉 SBI저축은행은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SBI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등 신용대출이 포함된 항목인 일반자금대출의 잔존기간이 길게 나타나면서 당분간 비중 축소가 어려워졌다. SBI저축은행은 전체 일반자금대출 9조5409억원 중에서 2년 초과 대출이 81.8%(7조8013억원)를 점유했다. OK저축은행이 8조566억원, 66.2%(5조3370억원), 웰컴저축은행이 3조9748억원, 61.2%(2조4331)를 보인 것을 고려하면 여타 부문 취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비중 축소가 쉽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부실채권은 일반자금대출에서 다수 발생한다. 올 3분기 고정으로 분류된 채권만 놓고 봤을 때 SBI저축은행은 847억원 가운데 84.5%(716억원)가 일반자금대출에 해당했다. OK저축은행은 1394억원, 91.3%(1273억원)로 조사됐으며 웰컴저축은행은 452억원, 90%(407억원)로 산출됐다.
여기에 SBI저축은행은 투자금융에 내재된 위험도 불식시키지 못했다. 올 3분기 항공기펀드에서 5억원의 손상차손을 추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앞서 신용평가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와 올 상반기 해당 펀드에서 72억원, 5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투자금융은 상대적으로 이익변동성이 높고 회수시점을 통제하기 어려워 수익구조와 재무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탰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며 “저신용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액이 늘어날 수 있어 주시하는 중이지만, 건전성 지표는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대손충당금은 업계 전반적으로 최대한 많이 쌓자는 분위기”라며 “이는 동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항공기금융에서 나타난 손상차손은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업황이 회복되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이 현재 A-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 단계 상향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보탰다. 올 3분기 SBI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6%로 OK저축은행(7.3%), 웰컴저축은행(4.8%)보다 우수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