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 상장 한 달도 안 돼 900억원 또 조달…왜?
원자재 가격 상승 탓 적자…오름세 지속 전망
대응 위한 예상외 비용 발생에 추가적인 자금조달
공개 2021-12-06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2일 18: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지난달 1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엔켐(348370)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9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921억원을 모집한 상황에서 바로 9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모집하는 것을 두고 엔켐의 자금활용 계획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은 제10회 국내 사모 무기명 무보증 비분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900억원을 조달했다. 행사가액은 주당 11만2730원으로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발행할 주식은 79만8367주, 발행 총 주식 수에 4.99%으로 행사 가능기간은 사채 발행일 이후 12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29일부터 만기일 1개월 전인 2026년 10월29일까지다.
 
 
 
조달한 자금은 원재료 내재화 및 수급안정화를 위한 타법인 지분 취득에 275억원, 리튬염 등 원재료 장기계약·운영자금에 625억원이 사용될 계획이다.
 
이번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016360), 신한은행,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메리츠증권(008560), BNK투자증권, 기업은행(024110) 등을 대상으로 발행됐다. 통상적으로 3자배정 방식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한 것으로 해석,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엔켐의 경우 IPO 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기간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인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신주인수권발행 결정 공시는 지난달 25일 장마감 후인 오후 4시31분 이뤄졌는데 이날 11만4100원을 기록했던 종가는 다음날인 26일 10만5900원으로 하락했다.
 
엔켐의 IPO는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647 대 1을 기록, 최종 공모가는 희망 밴드 3만~3만5000원을 초과한 4만2000원으로 확정됐으며 이에 모집총액은 950억원으로 발행제비용을 제외하면 921억5000만원을 확보하게 됐다.
 
엔켐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시설투자에 130억8200만원, 해외사업 진출에 370억원, 연구개발에 68억원, 원재료 구입 등 운영자금으로 352억6800만원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운영자금으로 352억6800만원을 배정하면서 올해 초부터 발생했던 원자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외형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내던 엔켐은 올해 주요 원재료인 ‘범용 리튬 전해질(LiPF6)’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전년 대비 57.7% 증가한 1389억원의 매출과 12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영업이익률 9%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LiPF6 등 원자재 가격이 1월 대비 약 280% 오른 영향을 받으며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문제는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데 있다. 전창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한해 LiPF6 가격은 리튬의 수급 이슈와 견조한 중국 시장 수요로 연초(㎏당 18달러) 대비 5배 수준(90달러)으로 인상했다”라며 “빡빡한 수습으로 인해 전월 대비 9월 7%, 10월 14.1%, 11월 7.6%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남은 4분기에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장 한 달도 되지 않아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로 조달하는 자금 중 625억원이 원재료 관련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이는 원재료 가격 상승 리스크(위험)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함에 따라 대규모 추가 자금확보를 통해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엔켐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슈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큰 비용이 발생했고 이에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조달처를 확보하기 위해 LiPF6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이에 따른 선급금이 발생하면서 이를 지급하기 위한 자금조달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조인트벤처(JV)의 유상증자 참여 비용으로 사용될 타법인 취득 자금 275억원의 경우도 조인트벤처가 원재료 내재화와 수급안정화를 위해 설립된 만큼 크게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엔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PO를 통해 모집한 자금은 계획사로 차질 없이 쓰일 예정”이라며 “신주인수권 발행은 원재료 가격상승 관련 대응 과정에서 예상외의 비용이 발생,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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