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우리카드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롯데카드와의 합병을 위한 초석다기지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카드사가 합병하게 되면, 단숨에 카드업계 3위로 도약하며 대형 카드사로 덩치를 키울 뿐 아니라 유통에 특화된 롯데카드와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속 성장을 위해 ‘독자가맹점 구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카드는 전업카드 7개사 중 유일하게 독자가맹점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비씨카드를 통해 신용카드 가맹점 모집과 매입 업무, 카드발급 및 회원 관리 등을 수행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7월 독자가맹점 구축 기본계획을 세웠고, 최근에는 시스템 구축 체계 및 전략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 250만 우리카드 가맹점 모집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자체적인 가맹점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고객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가맹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기존 비씨카드 고객이 남아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하면 비씨카드의 가맹점 시스템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앞으로 비씨카드의 가맹점 시스템 비중을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가 독자가맹점시스템을 마련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롯데카드와의 합병을 통해 볼륨을 더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우리금융지주(316140)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우리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를 해소하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롯데카드와의 합병을 기대하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의 지분 20%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후 1년 6개월간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우리은행은 지난 4월 롯데카드와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며 협업에 나섰다. 이번 협약을 통해 우리은행은 기존 고객과 겹치지 않은 분야에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두 카드사의 합병에 있어 중요한 것은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지분 매각 시점이다. MBK파트너스의 투자목적 자회사인 한국리테일카드홀딩스는 롯데카드 지분 59.83%의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인 점과 통상 사모펀드 재매각 시기가 3~5년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정도에는 재매각에 대한 움직임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카드는 MBK파트너스가 실질적 대주주가 된 후 지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조좌진 대표가 취임한 작년 당기순이익은 130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2.2% 성장한 128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롯데카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로카(ROCA) 시리즈’를 선보이고, 출시 1년 만에 누적 발급 수 100만장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의 합병이 이뤄진다면, 이들은 카드업계에서 단숨에 3위로 도약이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카드사의 기업구매를 제외한 개인·법인 신용판매액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신한카드가 21.22%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삼성카드(029780)(18.55%), KB국민카드(17.77%), 현대카드(16.43%) 순이다.
중위권 카드사 중에는 롯데카드가 9.39%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우리카드가 8.77%, 하나카드 7.86%로 나타났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합병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 18.16%를 차지해 국민카드를 넘어서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인 우리카드와 전업계 카드사 롯데카드가 합병하게 된다면, 유통 쪽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와의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만, 합병 후 중복되는 고객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점유율이 크게 확대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은 긍정적으로 예상하면서도 롯데카드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완전 민영화를 통해 비은행부문의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우선순위는 현재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지 않은 증권사와 보험사”라며 “이미 카드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롯데카드 인수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