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올해 3분기 호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부동산금융 리스크 해소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사진/메리츠증권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3분기까지 이미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서며 성과를 내고 있는
메리츠증권(008560)에 부동산금융 리스크 해소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확대된 탓에 우발부채 규모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금융당국이 메리츠증권의 관련 자산건전성 평가(스트레스테스트)를 지적한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메리츠증권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4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3179억원 대비 45.7% 확대됐다. 동기간 자기매매 수익이 2071억원, 1156억원을 나타내며 79.2% 도약한 것이 주효했다. 아울러 기업금융(IB)이 3669억원, 3247억원으로 13%, 자산관리(WM)가 204억원, 89억원으로 129.2%, 브로커리지(위탁매매)가 859억원, 725억원으로 18.5% 증가하는 등 전 부문에서 고른 성장도 보였다.
그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우발부채가 증가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신평은 올 2분기 이후 규모가 불어났다며 대부분 부동산 관련 확약건이라고 분석했다. 우발부채는 채무로 발전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메리츠증권의 우발부채 규모는 2018년 6조5730억원에서 2019년 8조5328억원, 지난해 4조880억원, 지난 9월 4조5678억원으로 올라섰다. 특히 우발부채 비율은 2018년 193.8%, 2019년 214.2%, 지난해 89.9%를 기록하며 업계 평균을 각각 122.9%p, 136.1%p, 28.6%p 웃돌았다. 해당 비율이 지난 9월 96%로 치솟은 점을 고려하면 격차는 다시 벌어졌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우발부채 비율은 우발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숫자가 클수록 자본적정성 악화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나신평은 메리츠증권의 요주의이하자산 중 약 80%가 해외부동산을 비롯한 해외대체투자로 구성돼있다며 이는 부담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비율 2019년 3.6%, 지난해 12.9%, 지난 9월 12.1%로 도출됐다. 업계 평균은 2019년 0.1%, 지난해 2%로 메리츠증권은 각각 3.5%p, 10.9%p 상회했다. 순요주의이하자산은 요주의이하자산에 대손충당금을 뺀 값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동산금융 관련 경영유의 제재도 받았다.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이 스트레스테스트를 수행할 때 시공사 부도율, 담보가치 하락 요인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다양한 대내·외 시장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분양률과 이자율 등 리스크 요인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금융당국이 메리츠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를 염두에 두고 관리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메리츠증권도 부동산금융 자산을 줄이는 대신 IB, 자기매매 자산을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나신평은 메리츠증권이 부동산금융 자산을 줄이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여신성자산 내 부동산대출 규모가 감소하면서 지난 9월 말 기업대출금 중 국내외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을 가리켰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액 해외대체투자자산 등 부실자산 처분·관리 상황과 이에 따른 재무안정성 변화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보탰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적극적인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우발부채를 관리하고 있다”라며 “우발부채 비율 역시 금융당국이 규제하고 있는 100% 이하에 충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비율도 62%로 규제기준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부동산금융 축소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위해 IB, 트레이딩, 소매금융(리테일)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금감원 제재와 관련해선 “조치사항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라며 “관련 부서에서 리스크 관리 차원 개선할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